"우린 아직 해방을 못봤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요"
상태바
"우린 아직 해방을 못봤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요"
  • 구학모 기자
  • 승인 2015.08.15 2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눈물 속 '귀향' 편집판 시사회
▲ 박옥선(91) 할머니가 영화를 보고 나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15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표 노랫가락 '아리랑'이 울려퍼졌다.

조정래(42)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날 나눔의 집 야외광장에서 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의 30분짜리 축약 편집판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 앞에서 상영했다. 

제작진은 귀향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감독 및 출연 배우들의 촬영소감 등을 엮어 선보였다.  

야외광장에 설치된 200인치 대형 LED-TV 모니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꽃다운 소녀. 하지만 이 소녀는 이내 일본군에게 납치되듯 끌려갔다.

영화 속 장면이지만 일본군 '성 노예'로 모진 고초를 겪은 바로 자신들의 한 많은 삶이 떠오른 듯 지켜보던 할머니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강일출(87)·박옥선(91)·이옥선(88) 할머니는 꾹꾹 참던 눈물이 흐르자 연신 눈가를 훔쳤다. 

▲ 강일출(87.왼쪽)·박옥선(91) 할머니가 눈가를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 영화는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다. 

'태워지는 처녀들'은 강 할머니가 위안소에서 모진 고초를 겪은 끝에 전염병에 걸리자 일본군이 자신을 불태워 죽이려 했던 장면을 기억하며 2001년 그린 그림이다. 

시사회에서 소개된 편집판은 아버지의 나무지게에 올라타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해맑게 웃는 소녀와 아버지의 행복한 모습으로 시작된다.

소녀는 위안소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는다.

일본군이 병에 걸렸거나 숨진 위안부 피해자들을 구덩이에 넣고 불태우는 장면에서 할머니들은 더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아 외면했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행사장에 울려 퍼지자 객석 곳곳에서 젖은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일어나요. 이제 집에 가야지, 언니."  

영화 속 무녀가 독백을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들은 또다시 눈가를 닦아야 했다. 

조정래 감독은 "소녀역을 맡은 배우들은 정신과 의사 도움까지 받아 연기에 몰두했지만 힘들어했다. 스태프들도 많이 울었다"고 제작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조 감독은 "타지에 있는 영령이 이제 고향으로 돌아와 따뜻한 밥 한술 뜨시게 하자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한 번 상영될 때마다 (영령들이) 한 분씩 고향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이 끝나자 강일출 할머니는 "우린 당했지만 후손들은 안 당해야지. 엄마아빠도 못 지켜준 나를 이렇게 국민들이 지켜줘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오늘 조금 울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전날 발표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담화에 대해 "15살에 남의 집에 놀러갔다가 부모도 모르게 중국으로 끌려갔다"며 "여러분은 해방을 봤지만 우리는 아직 해방을 못봤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귀향 시사회에 앞서 열린 나눔의 집 부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개관 17주년 및 광복절 기념식에는 노철래·황인자·홍익표 국회의원과 조억동 경기 광주시장 등 내빈과 피해자 및 그 가족, 자원봉사자, 학생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아기손발 조형물 제작업체 '꼬마손'은 할머니들에게 손 모형물을 제작해 전달했고, 구두제작업체 '칠성제화'는 '꽃신'을 만들어 할머니들에게 선물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