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수용소서 체벌 질병 기아 추위에 240명 사망

중국 당국이 2차 대전 당시 일제가 미군, 영국군 등 연합군 포로들을 심문하고 학대한 사실을 입증하는 일본군 기록들을 공개했다.

26일 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지린성 기록보관소는 연합군 포로와 관련된 일제 관동군헌병대의 기록물 3건을 공개했다.

관동군 봉천(奉天·랴오닝성 선양<瀋陽>의 옛 지명)헌병대가 1944년 작성한 보고서에는 봉천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던 영국군 로버트 조나이 대위가 시(詩) 형식으로 수용소 안의 참상을 적었다가 적발돼 처벌받은 내용이 있다.

로버트 대위는 당시 수용된 포로의 수와 강제노역, 비인간적인 대우와 모멸을 받는 상황 등을 기록했다가 발각됐다.

지린성 기록보관소 리슈쥐안(李秀娟) 연구원은 "일제는 1942년 11월부터 1945년 패망할 때까지 태평양 전선에서 붙잡은 연합군 포로를 필리핀에서 배에 태워 중국 동북의 봉천포로수용소로 이송했다"면서 "해당 수용소에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연합군 장병 2천여명이 수용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 연구원은 "이들 연합군 포로는 봉천 소재 만주공작기계주식회사와 만주범포주식회사 등 일본기업에서 수백명씩 강제노역했다"면서 "특히 수용소에서 학대와 폭행, 체벌에 시달렸고 질병, 기아, 추위 등 열악한 환경 탓에 각종 원인으로 24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봉천수용소가 작성한 포로명부에는 포로들의 이름 뒷면에 '중(重)근신 5일'과 같은 처벌 내용이 적혀 있다.

중근신은 일본군이 특정 포로에게 대화나 활동을 일체 금지한 채 혼자 침상에 앉아 해당 기간 만큼 반성하게 하는 벌이라고 중국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기록물 가운데 관동군 안산(鞍山)헌병대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1944년 랴오닝성 안산 부근에서 미군의 B-29 폭격기를 격추한 뒤 기장을 포함한 승무원 11명을 생포해 심문한 내용이 40여쪽에 걸쳐 기록돼 있다.

일본군은 포로로 붙잡은 미군들을 심문해 이름, 나이, 계급 이외에도 임무와 부대편성, 출격횟수, 작전 방식, 감정 상태 등을 캐내 상세히 기술했다.

리 연구원은 "일제는 전쟁포로 학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패망시 봉천수용소의 연합군 포로 관련 기록을 기밀문서로 취급해 가장 먼저 소각했다"면서 "현재 봉천수용소의 포로 상황과 관리제도를 기록한 문서가 거의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 공개한 기록물은 2차 대전 기간 연합군 포로 연구사업에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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