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신청사 로드맵 발표회 파행…"로드맵 반대" 고성

▲ 30일 오전 수원시 경기도청 제1회의실에서 '경기도 신청사 건립 로드맵 발표회'가 열렸다. 사진은 도 신청사 조감도.

"경기도청을 짓겠다는 거냐, 아니면 주상복합을 짓겠다는 거냐, 경기도지사가 기획부동산이냐"

경기도가 30일 마련한 광교신청사 건립 로드맵 발표 행사가 광교 주민들의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도는 이날 오전 10시 도청 제1회의실에서 광교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2020년까지 광교에 도청사를 완공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사건립 로드맵을 발표했다.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나선 남경필 지사는 "도청사 이전과 관련해 많은 혼란과 갈등이 있었다. 여러 의견과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했고, 오늘 큰 틀에서 건립방향을 설명하는 것"이라면서 "찬반이 엇갈리겠지만 계속 의견을 수렴하고 늦지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구글오피스처럼 소통과 혁신의 공간으로 청사를 짓고, 일본 도쿄에 있는 '미드타운' 처럼 호텔, 공원, 박물관, 상가 등이 들어서는 복합건물을 짓겠다고 설명했다. 

20여분에 걸친 남 지사의 발표가 끝나자 발표장에 앉아있던 광교주민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청 신청사 옆에 음식점, 호텔, 면세점, 상가 등이 입주하는 복합시설을 지어 그 이익금(1천500억원 추정)으로 청사건립재원을 마련하겠다 도의 계획을 문제 삼고 나섰다. 

입주민 김모씨는 "광교에 지으려던 수원컨벤션센터도 반으로 축소되고 나머지는 주상복합이 들어온다. (경기도시공사가 광교에 추진하던) 에콘힐사업도 C3, C4부지가 주상복합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로드맵 발표가 기획부동산 개발 발표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 귀를 의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청사이전 재원조달계획이 땅 팔아서 하려는 것이냐. 부동산 전망이 어렵다"면서 "도지사가 장밋빛 미래만 보여줬는데, 단점을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주민 김모씨도 "2년 전 광교에 입주해 살고 있는데 온통 오피스와 주상복합 천지다. 도청 이전사업에 주상복합은 빼달라"고 말했고, 다른 주민은 "왜 입주민이 로드맵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있어야 하냐, 소통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개별 의견을 말하는 중간마다 광교주민들이 앉은 객석에서는 "경기도청이전을 통해 경기남부권의 행정복합중심으로 개발하겠다던 원안대로 해달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저나왔다. 

또 일부 주민이 자리에 일어나서 큰소리로 항의하자 남 지사가 "앉으세요, 소리지르지 마세요, 소리지르는 방식은 저는 수렴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해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난 남 지사는 '빚을 내서 청사를 짓겠다는 것은 안된다. 또 청사만 짓는 것은 안 맞는다"며 복합개발방식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한 주민이 "원안대로 못하면 다음 도지사로 (청사이전을) 넘겨라"고 소리치자 "원하시냐? 다른 분들은 도청사를 빨리 오라고 한다. 원안대로 못간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남 지사는 1시간동안의 로드맵 발표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와 발표회장을 나갔고 이 과정에서 광교주민들이 남 지사 주변에 몰려와 "로드맵을 반대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남 지사가 퇴장하자 광교신도시총연합회 측 관계자가 연단에 올라가 "광교는 도청이전을 원하지 주상복합을 원하지 않는다. 경기도는 로드맵을 폐기하고 원안대로 착공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광교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경기도가 청사기본계획을 세운지 21년만에 신청사 착공을 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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