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진정성 보여야 대화 가능" "풍계리 중단 안돼"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북핵 문제와 관련,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날 베이징(北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 미국, 중국 모두의 일치된 생각"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는 "차단이 우선이지만 협상을 통해 북한이 자발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한·미·중 공동의 궁극적 목표"라면서 "핵능력 고도화 차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돼야 한다는 데에는 5자(한·미·중·일·러)가 전혀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고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해 왔는데 아무 일 없이 대화할 수는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6자회담 재개에 조건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은 북한의 몫이며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를 할 수 있다"면서도 "진정성을 표현하는 방식은 수십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의미 있는 대화에 관심이 있고 이를 위해 일정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중국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한·미·중이 서로 정보교환을 하고 있으나 누구도 예단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풍계리에서의 움직임은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이쪽인지 저쪽인지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6자회담이 어떻게, 언제 개최되느냐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6자회담이란 표현 대신 비핵화 대화란 용어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6자회담이 아닌 5자 또는 3~4자 회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고려할 수는 있지만 5자가 모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딱 하나를 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그는 최근 북일간 합의로 한·미·일 대북 압박 공조체제에 균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전날 오후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회담을 열어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황 본부장은 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예방하고 비핵화 대화 및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주중대사관은 "한중 양측이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위협에 대한 대처 방향을 포함해 최근 한반도 정세 및 의미 있는 비핵화 대화 재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고 솔직한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이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위한 '접점 찾기'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본부장의 이번 방중을 두고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이 원하는 6자회담 재개에 우리 정부도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 본부장은 1박2일 방중을 마치고 귀국했으며 다음 주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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