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지원세력 차단…금수원 폐쇄까지 염두 둔 듯

▲ 11일 오전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진입한 경찰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검·경이 11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본산인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에 재진입했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금수원을 찾은 이후 21일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거 방식을 재점검하고 추가적인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강경모드로 선회한 것이다.

이번 금수원 압수수색을 통해 구원파 내 유씨 지원 세력을 차단하는 한편 그동안 '치외법권' 지역으로 운영됐던 금수원의 폐쇄까지 염두에 둔 수순으로 보인다.

◇안팎에서 몰린 檢…'더이상 관용은 없다' = 검찰은 지난달 22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를 전후해 유씨와 장남 대균(44)씨의 뒤를 쫓고 있지만 3주가 지나도록 정확한 소재 파악에는 실패했다. 검찰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유씨 검거 지연에 대해 "말이 안된다"며 강도 높게 질타하자 검찰의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했다.

검·경은 전날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유관기관과 대책 회의를 개최하고 금수원 재진입을 논의했다.

▲ 11일 오전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진입한 검찰 수사관이 예배당 건물을 지키고 있던 신도들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의에서는 공권력 투입시 분신 등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법과 연행 방법 등을 논의했지만 금수원 규모가 매우 커 구원파의 협조 없이 강제진입은 어렵지 않으냐는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추가적인 방식'을 주문하자 강경모드로 선회, 금수원 재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대검과 금수원 압수수색 여부를 협의해오다 지난 9일 최종 보고 후 승인을 받았다"면서 "갑자기 결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력자 검거해 유병언 연결고리 차단 = 검·경이 이날 금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유씨 부자 및 이들을 돕고 있는 금수원 내 구원파 신도들의 검거다.

유씨 부자가 검·경의 추적을 피해 장기간 도주가 가능한 것은 구원파 신도들의 물적·인적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고 이 연결고리를 차단해 유씨 부자를 구원파와 떼어냄으로써 검거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검찰이 유씨 부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받은 구원파 신도는 10여명 내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유씨의 도피를 총지휘하는 인물은 '신엄마'로 불리는 신명희(64·여)씨와 '김엄마' 김명숙(59·여)씨로 알려졌다.

▲ 11일 오전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진입한 경찰들이 지명 수배된 신도를 체포해 연행 하고 있다.


검찰은 신씨와 김씨가 금수원 내에서 도피자금 모금, 은신처 마련, 도피조 인력 배치, 검·경 동향파악 등 유씨 도피공작과 관련한 모든 일을 구원파 신도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씨의 딸인 30대 박모씨는 모친의 지시를 받아 유씨의 장남 대균씨와 동행하며 도피를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유씨의 도피를 돕다가 도주한 운전기사 양회정(55)씨와 유씨 부인 권윤자(71)씨, 유씨 도피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다른 구원파 신도들도 검거 대상에 올라 있다.

◇'치외법권' 금수원 사실상 폐쇄 목적 = 그동안 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은 사실상 치외법권 지대로 남아 있었다.

축구장 30개 크기의 금수원 내에는 종교시설 외에도 유기농 농장과 목장, 양어장 등이 있다.

신도 5천여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 인근에는 폐 지하철과 열차 30여 량이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사무실 건물과 채소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와 농지 등도 조성돼 있다.

금수원은 하나둘셋영농법인과 기독교복음침례회 등 법인 단체가 소유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물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 11일 오전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진입한 검찰 관계자들과 경찰들이 압수수색을 위해 대형 예배당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유씨의 소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인천지검 특수부장 등 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달 12일 금수원을 찾았을 때도 신도들의 반발로 내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검찰은 이날 금수원 재진입 목적과 관련해 "불법 건축물들에 대한 채증도 이번 압수수색의 목적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앞서 안성시는 지난달 금수원 내 건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벌여 건축허가나 신고 없이 지어진 건물과 농지법, 산지관리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세모그룹 부도 이후 유씨는 금수원에 머무르면서 구원파 측근들을 내세워 그룹을 재건했다. 이 과정에서 횡령과 배임, 탈세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부를 축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금수원 내 불법사항을 적발, 아예 금수원을 폐쇄함으로써 유씨 일가의 기반 자체를 뿌리뽑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씨는 검·경 수사로 인해 계열사 및 일가 재산에 대한 환수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금수원만은 지키겠다는 의사를 측근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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