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되는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皇帝之寶).
대한제국 국새 황제지보·고종어보인 수강태황제보 등 인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우리 측에 반환하는 문화재는 대한제국과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인장 9점이다.

이들 문화재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이 덕수궁에서 불법으로 반출한 것으로, 참전한 미국 해병대 장교 후손이 보관하다 지난해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HSI)에 의해 압수됐으며 불법반출이 밝혀짐에 따라 이번에 반환이 결정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문화재 반환 행사에서 이들 문화재의 반환 경위 등을 소개할 예정이며, 박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환 행사에는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배석한다.

반환 예정 문화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황제지보(皇帝之寶)'로 이는 대한제국의 국새 11과(顆)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역대 왕조는 국권의 상징으로 국가문서에 직접 사용한 국새를 중국에서 하사받았으나 1897년 대한제국 선포 이후 그동안의 국새를 폐지하고 자체 제작한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종 황제의 자주독립 의지가 담겨 있다.

대한제국 국새는 1897년께 10과가 제작됐고, 고종의 비밀 외교를 위해 1과(황제어새)가 1900년대 초에 만들어졌다.

이들 국새는 손잡이 모양에 따라 귀뉴(龜紐·거북 손잡이)와 용뉴(龍紐·용 손잡이)로 구분되며, 재질은 순금도금, 천은도금, 옥, 금은합금 등으로 제작됐다.

국새 11과 가운데 대한국새, 황제지새, 황제지보 3과 중 2과, 칙명지보 2과 중 1과, 시명지보 등 6과는 일제가 강탈한 뒤 미군정청에 반환했지만 6·25 전쟁 도중 다시 분실됐거나, 애초부터 분실 과정이 불분명한 상태로 현재 찾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5과 가운데 이번에 반환되는 황제지보 3과 중 1과(용뉴에 옥 재질)를 제외하고 나머지 4과는 칙명지보 2과 중 나머지 1과, 제고지보, 대원수보, 황제어새 등이다.

이 가운데 황제어새는 2009년 재미동포가 구입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또 나머지 3과는 6·25 전쟁 때 분실됐지만 1954년 경남도청 금고에서 발견됐으며 칙명지보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제고지보와 대원수보는 국립전주박물관에 각각 보관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반환하는 또 다른 문화재들은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 유서지보(諭書之寶)와 준명지보(濬明之寶), 향천심정서화지기(香泉審定書畵之記), 우천하사(友天下士), 쌍리(雙리<璃에서 王 대신 벌레충변>), 춘화(春華), 연향(硯香) 등이 있다.

수강태황제보는 왕과 왕비, 세자, 세자빈 등 존호를 올릴 때 의례용으로 사용하는 왕가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인 어보(御寶) 가운데 하나다.

1907년 고종 황제가 수강태황제로 존봉(尊奉·존경하여 높이 받듦)되는 의식을 기념하고자 제작한 것으로 상세한 내용이 융희원년존봉도감의궤(隆熙元年尊奉都監儀軌)와 고종가상존호옥책문(高宗可上尊號玉冊文)에 기재됐다.

종묘에서 신성하게 관리하던 어보는 조선왕조실록과 각종 의궤를 통해 366과가 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24과가 국내에 소장돼 있고, 나머지 42과는 분실됐다. 분실 어보 가운데 39과는 행방불명 상태이고, 외국 소재 3과 가운데 이번에 환수되는 고종어보 외에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가 남게 됐다.

유서지보는 지방의 절도사나 관찰사 등의 임명장에 사용한 인장이며, 준명지보는 왕세자 교육 담당 관청인 춘방(春坊)의 관원에게 내리는 교지에 사용한 도장이다.

향천심정서화지기는 조선 헌종의 서화 감상인으로 향천은 헌종의 호였다.

'세상의 선비와 벗 하다'라는 의미의 우천하사와 '두 마리의 용'이라는 뜻의 쌍리, '봄꽃'의 의미를 지닌 춘화 등은 모두 조선왕실의 인장이다.

이번에 반환되는 문화재는 대한제국 황실의 보인(寶印)과 부신(符信·나무나 종이에 기록한 뒤 도장을 찍은 뒤 두 조각으로 쪼개 나중에 맞춰보며 증거로 삼던 물건)을 설명한 '보인부신총수(寶印符信總數)'라는 책과 조선 시대 여러 왕이 애용하던 인장을 집대성한 서적인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에 상세한 그림과 설명이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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