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3저 현상'(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 기대에 들떴던 한국 경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오늘 국제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재 한국 경제는 올해 초 예상한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유가와 세계적인 초저금리, 1천100원대의 원·달러 환율 등의 조건이 갖춰지자 사람들은 1980년대 중반의 호황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1980년대 한국 경제는 3저 현상의 혜택을 톡톡히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떠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초만 해도 1980년대처럼 저유가와 저금리로 내수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유가는 지난해 6월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고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의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은 72.3%를 기록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2003년)한 이후 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가계 소득은 늘었지만 씀씀이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로 식어버린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내수 부진과 함께 한국 성장의 동력이었던 수출 엔진도 꺼져 갔다 .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 감소율(10.9%·작년 동기 대비)은 세계 금융위기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근 6년 만에 최대치를 보여 우려감을 더했다.

수출과 내수 부진 속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 2.70%에서 1분기 2.40%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3저 현상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이유를 세계 경기가 좋았던 1980년대의 환경과 지금은 다르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등 경제대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유효 수요가 부족해 저유가·저금리 효과가 크게 빛을 보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유가 하락→물건값 하락→수요 증가→생산 증가의 사이클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유효 수요가 부족한 상태"라며 "1980년대는 생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노후를 대비한 구조적인 소비 위축도 저유가·저금리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둬갔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저유가로 실질 소득이 늘어났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노후 대비를 하느라 지갑을 닫은 소비 성향이 유동성 확대의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했다"고 강조했다.

원화 약세도 엔화 및 유로화 약세에 묻혀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국내 산업이 엔저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일본 기업에 밀리면서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원화 약세의 효과가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연초 기대한 한국 경제의 긍정적 환경들이 최근 나빠지는 신호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유럽의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만 통화 약세에 따른 현상일 뿐 교역량 증가는 이뤄지지 않아 한국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교역 증가율은 세계 경기 침체기 수준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는데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등 18개 금융기관이 한국의 2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전망치는 연초 3.60%에서 전날 2.90%까지 미끄러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후폭풍으로 소비 부진도 더 심해질 전망이다.

메르스 사태와 엔저 등에 따라 내수·수출의 동반 침체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준협 실장은 "내수가 부진한데다 수출까지 살아나지 않아서 문제"라며 "추경을 포함한 재정 확대를 하지 않는 한 경기 회복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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