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KBS '프로듀사'에 인색한 반응… "현실감 떨어지고 러브라인 어색"

"'프로듀사'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은 김수현처럼 생긴 PD가 없다는 겁니다. 세상에 그렇게 '훈훈한' PD가 어딨어요?"

KBS 예능국과 연예계의 이야기를 다룬 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은 주인공 백승찬을 연기하는 김수현의 '미모'일 듯하다.

KBS 예능국의 현실을 나열식으로 '깨알같이' 묘사한 '프로듀사'는 실제 KBS의 다양한 프로그램, 연예계와 방송사 인물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현실감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해한다.

특히 가요계와 방송사 예능국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시청자뿐만 아니라 가요계의 눈도 이 드라마에 집중돼 있다. 아이유가 톱가수 신디 역을 맡고 있고, 공효진이 가요프로그램 '뮤직뱅크'의 PD 탁예진을 연기하면서 가요계의 풍경이 상당 부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장안의 화제'인 이 드라마에 대한 연예계의 반응을 들어봤다.

메이저 가요기획사 3곳을 포함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지만 응답자 전원이 호평이 아닌, 인색한 반응을 보이며 익명을 요구했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세계를 조명하다 보니 '프로듀사'를 오락적인 재미로만 소비하지는 못하는 듯했다.

하지만 '프로듀사'는 이러한 연예계 관계자들의 반응과 전혀 상관없이, 지난 30일에도 전국 13.5%, 수도권 14.5%를 기록하는 등 매회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뜨거운 화제다.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드라마의 상품성이 높은 것이다.

◇ PD가 '을'이라고?

'프로듀사'에서는 차태현이 연기하는 '1박2일'의 라준모 PD가 스타들을 섭외하고 하차시키는 문제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비중있게 그려진다.

또 공효진이 연기하는 '뮤직뱅크'의 탁예진 PD도 톱스타 신디와 의상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부딪히지만, 남들이 안보는 곳에서 신디에게 꼬리를 바짝 내리고 신디의 매니저들에게도 영이 안 선다.

여기에 서울대를 나와 KBS에 PD로 입사한 아들을 의사, 검사, 판사에 빗대 '프로듀사'('프로듀서'가 아닌)라고 부르며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를 둔 백승찬(김수현 분) PD는 부모의 '환상'과는 달리 앞뒤 분간 못하는 어리바리한 초짜 PD로 그려진다.

가요 기획사 A사의 홍보실장은 "PD가 을인 것처럼 그려지는 게 비현실적이다. '프로듀사'에 등장하는 호화 카메오 군단만 봐도 PD와 방송사의 힘을 보여주는데 PD가 무슨 을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톱스타인 경우는 울트라 갑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매니저나 PD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또 소속사 대표가 촬영장이나 방송국에에 가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도 현실에서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가요 기획사 B사의 홍보실장 역시 "PD를 그저 그런 월급쟁이로 묘사하며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는 을로 그리는 게 좀 황당하다"며 "우리는 우리가 갑이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KBS 앞 커피숍에 가요 매니저들이 진을 치고 있고, 영수증에 찍힌 성빈장이라는 상호가 여관이 아니라 중국집이라는 에피소드 등은 현실을 그대로 옮겨다놓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다분히 과장됐다"고 덧붙였다.

가요기획사 C사의 홍보실장은 "아무리 메이저 기획사라고 해도 갑질을 할 수는 없다. 톱스타만 있는 게 아니라 신인들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갑이 될 수는 없다"며 "신디의 소속사처럼 갑질을 하다가는 방송사 근처에도 가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SM엔터테이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의 파워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상황에서 이들이 방송사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실제로 이들 기획사와 방송사간 분쟁이 발생하거나, 방송사가 대형 기획사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기 때문에 PD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아이유랑 신디는 전혀 다르죠"

아이유가 연기하는 신디는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스타다. 도도하고 안하무인이다.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손위 매니저는 물론이고 방송사 PD도 함부로 대한다.

아이유는 그간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순박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줘왔기에 신디를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낯설다.

하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와 실제 배우의 성격을 혼돈하기 쉬운 시청자들은 어느새 아이유가 실제로 신디 같은 모습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유의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아이유와 신디는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소속사는 "우리 매니저팀과 아이유는 아이유가 데뷔할 때부터 지금껏 함께 하고 있어 누구보다 가깝다"며 "아이유가 낯가림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밝은 성격이라 신디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신디는 드라마 속 캐릭터이고 아이유는 연기를 하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극중 신디는 과도한 노출 의상으로 '뮤직뱅크' 출연을 앞두고 탁예진 PD와 얼굴을 붉힌다. 또 시종일관 건방진 자세로 탁 PD와 부딪힌다.

가요기획사 B사의 홍보실장은 "일단 가수와 PD가 직접 언쟁을 벌이는 경우는 없다"며 "가수의 의상 문제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방송용으로 문제가 되지 않게 소속사가 알아서 준비를 하는 데다, 혹 문제가 되면 바로 정정하고 수정하지 막무가내식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차태현-공효진-김수현의 러브라인 "어색해"

배우 기획사들은 드라마적으로 차태현과 공효진, 공효진과 김수현의 러브라인이 어색하다는 지적을 했다.

배우 기획사 D사의 대표는 "차태현과 공효진의 러브라인, 공효진과 김수현의 러브라인이 너무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세 배우들이 연기는 다 잘하지만, 멜로에서는 영 케미가 일지 않는다. 안되는 걸 억지로 붙이려는 것 같아 안쓰러울 정도"라고 덧붙였다.

배우 기획사 E사의 홍보실장은 "1~2회는 정말 황당했지만 뒤로 갈수록 드라마적으로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차태현과 공효진, 김수현을 3각 관계로 엮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코미디로만 가면 좋을 것 같은데 멜로로 엮으니 어색한 조합이다"고 밝혔다.

'프로듀사'가 KBS 사내방송 같다는 지적도 있다.

'1박2일' '뮤직뱅크' '안녕하세요' '다큐3일' '위기탈출 넘버원' '추적60분' 등 KBS 실제 프로그램들의 이름이 수시로 거론되며 "모든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홍보한다"는 지적인데, 이것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현재 '1박2일'에 출연 중인 한 연예인의 소속사 대표는 "극중에서 그리는 '1박2일'의 에피소드가 사실적인 것도 있고 과장된 것도 있다"며 "결국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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