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발언 논란에 "절대 사실 아니다…북측에 항의했다"

▲ 남북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건너는 행사를 진행하는 위민크로스DMZ(WCD) 참가자들이 24일 오후 경의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걸어서 넘는 행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위민크로스DMZ(WCD) 대표단 30여명이 24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넘어왔다.

위민크로스DMZ 명예위원장인 미국의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81)은 이날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고 "남북한 정부가 승인해준 행사를 통해 평화를 위한 일보 전진을 이뤄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타이넘 위원장은 이어 "우리도 과연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자신이 없었지만 대화와 화해, 여성 인권을 위한 여정을 성취했다"며 "민간외교를 통한 평화로운 여정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라이베리아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리마 보위는 "우리는 민간외교를 통해 남북한 정부가 소통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서 "우리의 굳건한 신념은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매과이어는 "북한 사람들도 인류애와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남북한이 공통점에 기반해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변화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당초 이들은 '해결되지 않은 전쟁과 분단의 상징적인 잔재'인 판문점을 통해 남측으로 넘어올 계획이었으나, 남한 당국과 유엔사령부의 권고에 따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DMZ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다. 
이에 앞서 WCD 대표단 30여명은 지난 19일 평양에 들어가 '세계인민들과의 연대성 조선위원회' 등 북측 여성들과 국제평화토론회와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위한 국제여성대행진' 등 행사를 한 뒤 23일 출정식을 했다.

세계여성평화운동가들은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관광하는 과정에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보도로 '친북 발언' 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평화를 외치면서 북한 인권문제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타이넘 명예위원장은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한 발언 내용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AP통신 특파원도 확인했다"고 설명하고 "이와 관련해 북한측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매과이어는 북한 인권문제를 외면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인권은 정상적 상태에서만 보장될 수 있으나 북한은 끊임없는 경제제재 속에서 여전히 전쟁 중이라 인권보장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평화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이번 일을 했다"고 설명하고 "우리는 '친북'이 아니라 '친평화'"라고 강조했다.

WCD 대표단은 버스 편으로 통일대교로 이동해 남측 시민 환영단 300명과 함께 통일대교 남단부터 임진각까지 민통선을 따라 약 2㎞ 평화걷기 행사를 한 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일대에서 조각보 퍼포먼스 등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행진한 이들은 삼삼오오 팔짱을 끼고 밝은 표정으로 오후 3시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국제여성평화걷기 운동에 참가한 시민 1천여명이 박수로 이들을 반겼다.

축사를 맡은 스타이넘 명예위원장은 "처음 이 계획에 대해 말했을 때 주위에서 모두 비웃었지만 결국 성공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웃음의 힘으로 전 세계에 만연한 고통을 극복하자"고 역설했다.

리마 보위는 "우리가 이번 행사를 한 이유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처·이산가족 상봉·위안부 문제 해결·한반도 긴장 완화와 군비 축소를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반도 평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한 여성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400여명은 이날 행사장 인근 임진각역 앞에서 위민크로스DMZ을 비난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WCD 대표단은 25일 서울에서 국제여성평화 심포지엄을 열고 26일 서울을 떠나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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