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5%로 더 낮아질 듯…OECD 평균 25.8%

(연합뉴스 제공)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조세부담률이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와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부담률의 지속적인 하락추세가 확인돼 증세 논란의 불씨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 작년 조세부담률 17.8%…전년 대비 0.1%p↓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전국 광역자치단체가 공개한 지난해 국세, 경상GDP(국내총생산), 지방세로 조세부담률을 계산하면 17.8%가 나온다. 이는 전년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조세부담률은 경상GDP에서 조세 총액(국세+지방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경상GDP는 1천485조780억원이었고 국세는 205조5천198억원, 지방세는 58조7천828억원이다. 경상 GDP와 지방세는 잠정치다. 

2009년 18.2%이던 조세부담률은 2010년 17.9%, 2011년 18.4%를 거쳐 2012년 18.7%로 상승했다. 그러다가 2013년 17.9%로 떨어지고 나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락했다. 

◇ OECD 조세부담률 평균 25.8%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주요 선진국의 평균치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2013년 기준으로 25.8%로 한국보다 8%포인트 정도 높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부담률은 30%를 훨씬 넘는다. 

정부가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올해 조세부담률 전망치는 17.5%로 더 낮아진다. 

정부는 조세부담률이 2018년 17.9%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는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가와 비과세 감면 정비·지하경제 양성화로 인한 세수확충이 전제된 수치다. 

우리나라는 조세에 국민연금·의료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국민부담률도 OECD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낮다. 

◇ 낮은 조세부담률…증세논쟁 불 지필까

국민의 조세부담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조세부담률 하락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적게 걷어 적게 쓰는 만큼 조세행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이 낮은 반면 중장기적인 재정 수요는 큰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복지 예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특히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특수 상황까지 고려할 경우 현 조세부담률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는 중장기 재정정책 관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주요 선진국의 평균보다 현격히 낮아 상향 조정해야 재정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4년부터 2060년까지 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은 연평균 각각 3.6%와 4.6%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보다 빨라 장기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총지출 중 의무지출에서 복지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2.2%에서 2060년에는 54.2%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따라 반드시 써야 한다. 

반드시 써야 할 돈은 늘어나는데 수입 상황은 좋지 않다. 정부의 수입 중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세 수입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예산보다 덜 걷히는 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도 세수 결손이 우려되고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조세부담률을 고려하면 부담률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전 조세연구원장)는 "한국은 GDP 기준으로 이미 OECD 회원국 가운데 중상위권으로 올라섰는데도 복지지출은 절반 수준"이라며 "조세부담률을 올리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기에 10∼20년이 걸리더라도 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는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증세·세수 기반 확대 등 방법이 문제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부담률을 올리는 방법으로는 인위적인 증세와 경제 성장을 통한 세수 확대가 있다. 

증세를 할 경우에도 대기업, 고소득층, 중산층 등 어느 집단이나 계층의 세 부담을 늘릴지, 새로운 세목을 만들지, 법인세 등 어떤 세목의 세율을 인상할지의 문제가 있다. 

야당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된 조세 감면 제도를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서민 중산층 증세는 자제해야 하고 더이상 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서 세수를 메우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필요성이 제기됐다. 

황 교수는 "결국 증세가 필요한데, 증세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은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 법인세 인상"이라며 "기업보다 월급쟁이에게 먼저 세금(소득세)을 더 내라고 하면 국민 정서상으로도 납득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조세부담률을 올리려고 증세 카드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 없는 징병제도가 있기 때문에 실제 조세부담률이 OECD 국가보다 낮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홍기용 한국세무학회장은 "지금 상황에서의 증세는 국민의 주머니 사정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며 "세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도 증세에 부정적이다. 

경제 여건도 어렵지만 올해 초 연말정산 파문으로 조세저항에 직면한 터라 증세 카드를 섣불리 제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때문에 기본 방향을 증세보다는 경제 활성화,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 축소 및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수 기반 확대를 통해 세수를 늘리는 데 두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증세와 관련해 "국회에서 대국민 타협을 이룬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며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감히 청하지 못하지만 간절히 바란다는 뜻)' 입장을 내비쳤다.  

소극적인 증세 지지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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