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중복 따져 정비 권장…지자체와 갈등 예상

정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업 전체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지역과 형평성에서 어긋나거나 중앙정부의 복지사업과 겹치면 정비하거나 조정하도록 적극 권할 방침이어서 지자체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부터 전국 전체 시군구의 사회보장 사업을 전수조사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따지고 중앙행정기관 유사 사업과의 중복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전국 지자체가 벌이는 사회보장 사업은 1만여개에 달한다.

정부는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이후 지자체가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해당 지자체와 '협의' 과정을 통해 적정성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벌이던 사업을 포함해 모든 사회보장 사업을 전수조사하기는 처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각 사업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형평성과 중복성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있으면 해당 사업을 정비하는 방안을 지자체와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세심히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정부가 지난 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내놓은 복지정책효율화 추진방안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당시 비효율적인 복지예산을 손보고 부적정 수급을 막아 올해 모두 3조원 규모의 복지재정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축소로 비칠 수 있지만 사회보장사업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의도에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라며 "사업정비로 절약한 재원을 다른 복지 사각지대에 쓸 수 있는 것인 만큼 복지 축소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복지부 조사결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나오더라도 이를 지자체에 강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 복지부가 사업의 조정과 정비를 권하더라도 지자체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사이의 잡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사회복지사업만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복지부와 '협의'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지자체의 비협조로 시행과정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는 대신 마련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복지부와 협의를 끝내지 않은 채로 시행에 들어갔다.  

지자체의 복지사업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연대 김잔디 간사는 "이런 식이면 각 지역의 복지 정책 사이에 구분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일부 지자체에는 복지 공약을 '어쩔 수 없이 못지켰다'고 말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제공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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