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조기울 낙화놀이등 전국 곳곳서 전통 잔치 한마당

나이 지긋한 농경시대 출신들은 또렷이 기억할 것이다. 정월대보름 전날이면 불깡통을 돌리며 논두렁과 밭두둑에 불을 놓곤 했다. 신나는 쥐불놀이! 동녘 하늘에선 어느새 둥근 보름달이 복덩어리처럼 둥실 떠올랐다.

쥐불놀이는 주로 사내아이들이 불을 놓는 놀이였다. 이렇게 하면 풀숲과 흙속에 숨은 병균이나 해충이 죽고 논밭에 숨어 웅크린 잡귀들도 쫓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물론 밝은 달 아래에서 맹렬한 기세로 타오르는 불길은 그 자체로 현란한 볼거리였다.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 보름날인 정월대보름을 설날 못지않은 큰 명절로 여겼다. 그리고 다양한 음식과 놀이를 즐겼다. 약식이나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반찬을 먹고서 떠오르는 달에 소원을 빌었다.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을 마시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기도 했다.

절기 음식도 음식이지만 갖가지 놀이들은 겨울추위를 저만큼 몰아내고 신명으로 흥청거리게 했다. 앞서 말한 쥐불놀이나 달집태우기 외에 다리를 밟으며 건강을 소망했고, 마을사람들이 함께 줄다리기, 고싸움 등을 즐기며 공동체 의식을 한껏 다졌다.

이처럼 조상들은 각종 음식이나 놀이로 한 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했다. 마을의 주민들이 한 데 어울려 안녕과 풍작을 소망하며 흥겨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은 그 축제마당을 한껏 빛내주는 최고의 조명등이었다. 

서구문화의 급격한 유입으로 주춤한 듯하던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이 전국 곳곳에서 축제로 꿋꿋이 되살아나 우리를 안도케 한다. 이들 축제는 연초가 되면 보름달과 함께 휘영청 밝은 빛을 뿌리며 새로운 다짐과 출발의 계기가 돼주고 있다.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제주들불축제를 비롯해 강원도의 동해 정월대보름달맞이축제, 경북의 김천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 충남 보령 외연도풍어당제 등 다양한 대보름맞이 축제가 4일과 5일 집중적으로 열린다. 

물론 지난달 28일 열린 전북의 임실 필봉정월대보름굿축제, 1일 개최된 경기도의 고양달맞이축제 그리고 28일과 1일 양일간 펼쳐진 광주 고싸움놀이처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열린 축제도 있었다. 

다음은 정월대보름을 계기로 열리는 전국의 주요 축제들. 

제주들불축제

● 제주들불축제 = '들불의 희망, 세계로 번지다'라는 주제로 5일부터 8일까지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열린다. 들불축제는 소, 말 등 가축 방목을 위해 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기 위해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들판에 불을 놓았던 전통 풍습 '방애'(화입)를 현대 감각에 맞게 재현한 축제다.

● 동해 정월대보름달맞이축제 = 동해시 북평동 전천 둔치에서 개최되는 축제로 4일 오후 6시 희망의 불꽃쇼, 부스럼 물기, 우리 소리 공연 등의 전야제 행사로 시작한다. 이튿날에는 윷놀이, 제기차기, 액막이 던지기, 팽이치기 등의 민속놀이와 연날리기, 달집 태우기, 대형 불꽃쇼 등의 각종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 삼척 정월대보름제 = 5일부터 사흘간 삼척시 엑스포광장에서 열리는 삼척지역 최대 민속문화 축제. 전야제와 개막식, 개막공연으로 막을 올리며 지신제, 천신제, 해신제, 산신제의 제례 행사와 각종 민속놀이, 경축행사가 풍성하게 펼쳐진다. 남근 조각경연대회와 정월대보름제의 꽃인 전국 기줄다리기 대회도 열린다.

● 낙안읍성 정월대보름 민속한마당 큰잔치 = 5일 오전 11시 액막이굿을 시작으로 장승 세우기, 당산제, 민속놀이, 전통 공연 등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큰잔치는 대보름달이 뜨는 시각에 그간 낙안읍성 방문객이 작성한 소원지 3만장을 달집에 걸어 무사안녕과 새해의 복을 비는 달집태우기 행사로 절정을 이룬다.

● 보령 외연도 풍어당제 = 5일 열리는 외연도 풍어당제는 정월 보름에 천연기념물 제136호인 외연도 상록수림 일대에서 주민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400여년 전부터 계속된 전통행사. 상록수림 내 전횡장군 사당에서 제를 올리는 '당제'와 산신에게 제를 지내는 '산제', 용왕에게 봉헌하는 '용왕제'로 진행된다.

● 아산 외암마을장승제 및 대보름행사 =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된 아산의 외암마을은 50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모든 주민이 참여해 장승제를 지낸 뒤 달집 태우기, 연 날리기, 쥐불놀이 등을 즐기며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장승제와 놀이는 대보름 전날인 4일 열린다. 

● 김천 정월대보름 달맞이축제 = 5일 오후 4시 김천의 직지사천 고수부지에서 개최되며 식전행사로 시민 화합 줄다리기와 시립국악단 사물놀이, 초청가수공연 등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또 강강수월래 공연, 지신밟기 등 다양하고 흥겨운 볼거리가 마련되며 달집 태우기 등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 부산 해운대 달맞이온천축제 = 4일 오전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잔치마당. 소망기원문 쓰기와 연날리기로 시작해 민속경연대회, 민속체험장, 길놀이, 달집태우기, 월령기원제, 사물판굿, 무용극, 거리 퍼레이드 등이 다채롭게 진행된다. 하이라이트는 저녁에 펼쳐지는 달집태우기. 이어 강강술래, 대동놀이로 막을 내린다.

● 보성 장좌리 기받이 별신제 = 지난달 28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음력 초열흘날 새벽에 마을골목과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황토를 깔아 잡귀잡신이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을 중앙의 영구봉 상당과 중당에서 열나흘날인 4일 밤에 제사를 모신다. 정월대보름인 5일 낮에는 기받이 행사를 한다. 

● 여주 조기울 낙화놀이 = 6일 가남읍 본두리에서 옛 선비들이 뱃놀이나 시회(詩會) 때 하던 '조기울 낙화(落火)놀이'를 개최한다. 조기울은 본두리의 옛 지명. 격년으로 정월대보름 다음날인 음력 16일 낙화놀이를 연다. 낙화놀이가 진행될 때 마을의 연장자가 제상을 차려놓고 마을의 태평과 안녕을 축원한다. 

이밖에 정월대보름 때 열리는 주요 전통마을굿은 다음과 같다.

▲ 4일 = 전북 익산시 함라면 깃고사, 전북 부안군 내소사 석포리 당산제, 제주 조천읍 와흘본향단 신과세제.

▲ 5일 = 강원 삼척시 신남리 해신제, 전남 강진군 비자나무 당산제, 울산 남구 남산 산신제, 전북 익산시 석암들 정월대보름 달맞이놀이, 전북 김제시 황산면 남산리 남양 달집 놀이, 전북 익산시 관연마을 정월대보름 장승제, 전남 광양시 태인동 용지 큰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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