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영국군이 수적 열세에도 중공군의 공세를 저지한 임진강 전투 63주년 기념행사가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영국군 전적비에서 열렸다.

영연방 참전용사와 유가족 120명을 비롯해 주한 영국대사, 벨기에 대사, 아일랜드 대사, 영국 글로스터시 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이인재 파주시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추모식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묵념했다.

추모식은 오전 11시부터 기수단 입장, 양국 국가 연주, 추모사, 기념사, 영국 여왕 메시지 낭독, 전투약사 보고, 헌화 등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스콧 와이트먼 영국 대사는 "여러분 모두와 함께 한국전쟁 때 바다, 육지, 하늘에서 산화한 모든 영국군 용사들을 추모한다"는 내용의 여왕 메시지를 대독했다. 참전용사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국내 모범 고등학생 2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추모행사에 앞서 오전 10시 30분에는 파주시가 13억원을 들여 전적비 주변 6천여㎡에 조성한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준공식이 진행됐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영국대사관과 협의를 거쳐 공원 조성과 함께 영국군을 상징하는 베레모 모양의 전적기념물을 설치했다.

공원에는 임진강 전투 당시 산화한 영국군 전사자의 이름을 새긴 추모벽도 설치됐다. 크리스 채터톤 글로스터시장은 "참전용사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한 파주시의 노력에 감동했다"며 "이 기념비는 60년 전 희생에 대한 기억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바통과 같다"고 말했다.

적성전투라고도 불리는 임진강 전투는 영국군 제29여단(글로스터·얼스터·퓨실리어·아이리쉬 후사르스·벨기에 등 5개 대대)이 1951년 4월 22∼25일 설마리에서 중공군 공세에 맞서 임진강을 사수한 전투다.

유엔군은 1951년 3월 14일 서울을 수복했고 한 달 후 중공군은 서울을 다시 점령하기 위해 대규모 공격을 펼쳤다.

이에 맞서 영국군 글로스터대대는 수적인 열세로 중공군 3개 사단 4만2천여 명에게 완전히 포위되는 극한 상황에서 끝까지 저항했고 652명 가운데 67명만이 살아남았다. 이 전투로 중공군의 남하는 지연됐고 유엔군은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이들은 '영광스러운 글로스터'(The Glorious Glosters)로 칭송받으며 미국 트루먼 대통령 부대훈장, 영국 최고훈장을 각각 받았다. 영국군은 글로스터대대의 희생을 기념하기 위해 1968년 설마리에 전몰장병의 넋을 기리는 기념비를 건립한 뒤 1975년부터 매년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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