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좋다, 안성이 좋다, 함께라 더 좋다"

달력을 가만히 본다.

4월 28일 토요일에 파란색 동그라미를 그려넣고 안성나들이라고 적어두자.

 자~! 이날은 봄나들이 가는 날이다.

 가족도 좋고, 친구도 좋고, 연인도 좋겠다. 마음맞는 누군가와 여 행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으랴. 게다가 가벼운 주머니 사정 걱정치 않아도 되는 여행이라면 두말 할 나위없다. 근교라도 떠나보리라 마음먹었다면, 마음은 있지만 실천하지 못했었다면, 한국관광 공사가 마련한 구석구석 여행이벤트를 놓치지 말자. 목적지는 경기도 안성! 서울 경기권에서 가깝다 보니 ‘여행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곳 이다. 이런 이유로 선뜻 마음먹고 떠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알고보 면 안성은 알토란같은 여행꺼리가 한가득인 곳이다. 이참에 떠나자. 한국관광공사와 함께하는 안성으로 훌~쩍!

안성의 자랑이자 특징인 유기를 테마로 한 1층 전시장(왼쪽). 2층은 농업 역사관으로 구성돼 있다(오른쪽)
 조금은 졸린 듯, 부지런떨며 집을 나서면 여행에 대한 설레임도 그만큼 커져오는 법이다. 평일 같으면 출근할 시간, 아침준비로 부산했을 9시. 도착한 곳은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왼쪽에 자리 한 안성맞춤 박물관이다. 안성맞춤 박물관은 안성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 안성의 역사와 문화를 제 대로 소개하는 일종의‘관문’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박물관 1층 전시공간은 안성의 자랑이자 특징인 유기를 테마로 한 공간. 2층 농업역사관에서는 유기를 비롯한 안성의 6가지 특산물인 안성유기, 안성마춤쌀, 포도, 배, 한우, 6년근 인삼에 대한 정보와 안성 농업에 관한 내용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건축협회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건축미가 돋보이는 박물관 주위로 산책할 수 있는 곳곳도 놓치 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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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는 중요무형문화제 92호로 지정돼 있다. 고한성준 선생에게 태평무를 전수 받은 강선영 선생(오른쪽) 여행하면 으레 자연관광지나 문화시설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이번 여행에선 평소 접하기 힘든 태평 무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태평무는 풍년과 나라의 대평성대를 축복하는 전래의 춤으 로 ‘발짓춤’이라고도 한다. 당대 최고의 명무 故한성준 선생이 구성한 태평무는 강선영 선생에 의해 전수돼 왔다. 안성시가 설명하고 있는 태평무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렇다. "…전래의 왕십리 당굿에 특이한 무 속장단을 바탕으로 경쾌하고 특이한 발짓춤, 우아하고 섬세한 손놀림, 절도있는 춤으로 정중동의 흥과 멋을 지니고 있다…." 태평무공연이 있는 태평무전수관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화려 하고 아름다운 한국 무용 상설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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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건 이럴 때 쓰라고 생긴 말일게다. 어느새 훌쩍 반나절이 지나고 점심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총총히 발걸음을 옮길 곳은 미리내성지다. 미 리내가 무슨 뜻이었던가. 은하수의 순 우리말인 ‘미리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는 이곳은 성 김대 건 안드레아 신부를 모시고 있는 천주교 성지로 매년 10만여명의 순례객이 찾아오는 한국천주교의 대표 적 성지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묘소와 유해가 모셔진 경당과 천주교 103인의 성인시성을 기념하는 본당내부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 어떤가. 세파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정화하며 성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 연스레 마음에 평화가 깃드는 것은 종교를 초월해 모두에게 공통적이다. 정갈하고 성스러운 산책로, 시 원한 사철수가 있는 길을 걸으며 함께 걷고 있을 누군가에게 마음속 말한마디 건내보자. 미안하단 말이 건, 고맙단 말이건, 여행지에서만 낼 수 있는 용기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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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생경한 풍경은 이내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장독대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 다. 경기도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서분례씨가 고향의 장맛을 살려낸다는 취지로 문을 연 장류 전문농원 인 서일농원은 안성 여행에서 빼놓으면 안 될 중요한 여행코스가 됐다. 콩과 고추를 직접 재배하는 밭과 옹기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장독대, 기묘한 모양의 소나무, 농원내 음 식점 솔리까지도 운치 있고 정감이 넘친다. 산책코스로도 제격. 3만여평의 농원 주위로 꽃, 잔디, 배나 무, 연잎이 심겨져 있어 싱그러움이 폴폴 흐른다.
때마침 다가온 저녁시간. 투박한 항아리에서 빚어낸 우리 된장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서일농원에서는 국산콩만을 써서 된장, 청국장, 고추장, 장아찌류를 담그는데 2년간 발효시켰다가 내놓 는다. 찌개와 반찬 역시 단어 그대로 ‘무공해 반찬’. “유기농이니 웰빙이니 그러는데 그저 옛 방식대로 장을 담근 것 뿐”이라던 서분례 선생의 말은 음식 맛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장담컨대 저녁상을 받아든 여행단 여기저기서 이런 말이 흘러나올게다. “꼭 우리 엄마가 만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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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함께한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힘을 가졌다. 두끼의 식사, 하루 반나절을 함께 한 여행단은 한결 편안하고 친근해진 모양새다. 흥겨운 남사당 바우 덕이풍물단 공연을 더욱 신명나게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봤을때는 이토록 긴장되고 또 동시에 신나는지 몰랐던 공연들이 눈앞에서 펼쳐진 다. 시작을 알리는 고사굿에 이어 살판(땅재주놀이), 어름(외줄타기놀이), 덧뵈기(탈춤놀이), 덜미(꼭두각 시 인형극), 버나놀이(채돌리기), 무동놀이, 상모놀이, 마지막으로 관객과 함께 하는 흥겨운 뒤풀이 마 당까지 모두 여섯 마당이 이어진다. 공연의 절정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어름(외줄타기). 악사의 반주에 맞춰 줄광대가 3m의 높이의 줄 위에 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면 줄광대의 움직임에 따라 숨죽인 긴장과 감탄사가 번갈아 가며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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