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 종영 후 히트작 없는 침체기…MBC 집안 싸움 등 잡음 이어져

 

지상파TV 드라마업계가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우선 '상속자들'과 '별에서 온 그대'가 잇달아 히트를 치며 한류 붐을 다시 지피긴 했지만 그 바통을 이을 후속 주자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시청률은 하향평준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다 한때는 '드라마의 왕국'이라 불렸던 MBC 드라마국은 주말드라마 '호텔킹'으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이며 연일 볼썽사나운 꼴을 보여준다.

여기에 오랜 기간 선망의 직업이었던 지상파방송 드라마 PD 자리도 이제 그 '프리미엄'을 잃어가고 있다. 제작사와 스타 배우 등에 치여 발언권을 잃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보이더니 한때 눈길도 주지 않았던 케이블채널로 옮겨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상파 드라마PD의 케이블채널 행은 미디어환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상파 드라마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

이른바 'TV 애청자'인 30대 시청자 임수희((39) 씨는 "요즘 드라마에 눈 둘 곳이 없다"고 한탄했다. 평일부터 주말까지 채널을 고정하게 하는 드라마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지적하는 드라마는 바로 '지상파 드라마'다.

70대 시청자 홍영자(71) 씨는 "요즘 연속극은 하나같이 이야기가 똑같은 것 같다"며 "저녁 일일드라마나 주말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살았는데 연속극들이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는 평은 시청률을 통해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매체와 플랫폼 다양화, VOD 서비스 발달 등으로 실시간 방송 시청률이 과거에 비해 한참 낮아진 지는 오래지만 그래도 인기작들은 여전히 시청률로 인기를 말한다. '상속자들'이나 '별에서 온 그대', '기황후'의 시청률이 30%에 육박한 것을 보면 '되는 놈'은 여전히 된다.

하지만 현재 KBS, MBC, SBS에서 방송 중인 월화수목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는 하나같이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방송3사의 수목극 시청률을 보면 KBS2 '골든크로스' 8%, MBC '개과천선' 8.1%,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12.8%로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월화극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13일 KBS2 '빅맨'은 8%, MBC '트라이앵글' 7.4%, SBS '닥터 이방인' 12.7%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SBS가 월화극, 수목극 모두 경쟁작들을 4%포인트 정도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히트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

그런데다 단순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 드라마의 이야기 자체가 완성도에서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마다 스타 캐스팅과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방점을 찍고 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산만하다' '멋만 부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이 시청률(지난 11일 19.8%)과 반응에서 모두 무난한 길을 걷고 있어 지상파 드라마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가 이렇게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최근 화제가 된 작품은 종편채널인 JTBC '밀회'였다. 이 작품은 풍성한 취재에 바탕한 사실적이고 촘촘한 이야기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연출로 지상파 드라마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 MBC 드라마국 심각한 내홍

한 중견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도대체 MBC 드라마국은 누가 이끌어가는 건지, 누가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렇게 된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연기자 매니저들은 방송3사 드라마국 PD들과 누구보다 막역한 사이. 그런 매니저들 사이에서 MBC 드라마국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나오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심각한 내홍이 외부에 연일 표출되고 있다.

발단은 현재 방송 중인 주말극 '호텔킹' 연출자의 교체. 10회까지 연출해온 김대진 PD가 지난 12일 갑자기 교체되면서 드라마국 PD들이 들고일어났다. 사측은 PD 일신상의 이유로 교체했다고 밝힌 반면, 김 PD는 작가의 요구로 교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 드라마 PD들은 지난 13일부터 3차례 긴급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16일 오전에는 성명서를 내고 김대진 PD의 즉각 복귀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드라마국의 침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우리 PD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순간까지, 우리의 행동은 계속 될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사실 연출자 교체 문제는 MBC 드라마국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같으면 외부로 드러나지 않거나 '쉬쉬'했을 사항이다. 하지만 파업 전후로 드라마국은 물론이고 MBC의 전반적인 체제가 무너지고 구성원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연출자 교체라는 '집안 문제'가 울타리 밖을 나와 전선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호텔킹'의 지난 11일 시청률은 10.5%. 일부에서는 시청률 저조의 책임을 물어 연출자를 교체했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 드라마 연출자들의 이직 행렬

이런 가운데 지상파 드라마 PD들의 잇따른 이직은 드라마업계의 지각변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이상 지상파 TV 드라마국이 '꿈의 일터'가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1년 KBS '성균관 스캔들'을 연출한 김원석 PD가 케이블채널계의 메이저 CJ E&M으로 이적하더니 16일에는 히트작인 MBC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출한 이윤정 PD가 사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PD는 케이블채널 tvN측과 새 드라마 연출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에서는 '파스타'를 연출한 권석장 PD도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알려지는 등 드라마국이 꿈틀대고 있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PD들의 이직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외주제작사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 드라마 PD들의 외주제작사행은 지금껏 이어져왔다.

그런데 이윤정 PD 사례처럼 최근의 흐름은 외주제작사가 아닌 케이블행이라는 데 차이점이 있다. 외주제작사로 이직을 해도 지상파로 납품하는 드라마를 찍어오던 PD들이 이제는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 차가 줄어드는 현실, 좀더 자유로운 소재와 작업 환경에 대한 PD들의 갈망이 놓여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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