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순간 한 해양경찰이 위험을 무릅쓰고 선체에 올랐다. 배가 기울대로 기울어 미끄러지길 여러 번. 난간을 붙잡고 겨우 선체에 올랐다.

위기의 순간 쇠줄(와이어)에 꽁꽁 감겨 있는 데다 안전핀마저 뽑기 어려운 구명벌을 발로 차고 손으로 떼어내는 등 몸부림을 친 끝에 바다로 투하했다.

사고 현장에 유일하게 펴진 구명벌에 이목이 쏠렸다.

누가 폈을까. 
구명벌을 터뜨린 건 목포해경 소속 100t급 경비정 123함의 이형래(37) 경사였다. 123함은 최초로 현장에 도착, 80명을 구조했다.

이 경사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이 경사가 탄 123함은 해경상황실로부터 긴급 구조를 지시받고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께 맹골수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 순간 여객선은 이미 많이 기울어 위태롭기 그지없었다고 했다.

그는 경비함이 여객선에 바짝 붙자 무조건 선체로 올랐다. 그에게는 침몰하는 여객선에 갇힌 승객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많은 승객을 구조하기 위해 구명벌을 터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넘어갈 듯 기울대로 기운 갑판은 바닷물로 미끄러웠다. 사투 끝에 조타실 앞쪽 갑판에 올랐다. 쇠줄에 묶인 구명벌을 떼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떼어낸 구명벌도 녹이 슬어 안전핀이 뽑히지 않아 발로 차고 갑판에 던지며 갖은 애를 쓴 끝에 성공했다. 
구명벌은 곧바로 바다로 떨어졌다.

나머지 구명벌 7개 세트 정도가 보였지만 배가 기울어 더는 작업을 하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선수 쪽 유리창 안(객실)에서 구명조끼를 흔들며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는 승객이 보였다고 한다.

그는 곧바로 내려와 동료와 구조 도구를 이용, 어렵게 유리창을 깨고 그 안에 있던 승객 6명을 구조했다. 이들 승객이 최초 구조자였다.

이후 10명의 해양경찰이 탄 123정은 74명을 추가 구조해 모두 80명의 귀중한 목숨을 살렸다.

이 경사는 "많은 사람을 구하려고 구명벌을 펼쳤는데 더는 구조자가 없어 태우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그는 123정이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원들을 싣고 왔다는 말에 대해서도 "상황이 워낙 급박해 구조자가 누구인지, 선별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경사가 탄 경비정은 사고 발생 8일째인 현재까지 전 승조원이 함내에 머물며 인명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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