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에 통속극 색채 덧입혀…4년 연속 같은 무대·배우·제작진

어김없이 돌아온 5월, 연극 한 편도 다시 무대 위에 오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푸르른 날에'가 올해 5월에도 남산예술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올해로 연속 4년째다.

2011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에서 모두 호평받으며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각종 연극상을 휩쓴 작품이다. 이후 2012년과 2013년에 걸친 재공연에서도 전속 매진 기록을 세웠다.

주인공은 5.18 항쟁의 포화 속에 헤어지게 된 연인 오민호와 윤정혜. 고문에 시달리다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민호는 속세를 떠나 암자로 들어가고 정혜는 홀로 딸을 낳아 기르며 모진 풍파를 견뎌낸다.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딸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된 민호는 식장에 들러 정혜와 조우하고 이들은 거짓말 같은 일들이 벌어진 '그날'의 기억을 담담하게 떠올린다.

무겁고 아픈 소재를 다루지만,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초반 힘을 뺀다. 고선웅 연출 스스로 '명랑한 신파'라 부를 정도로 과장된 동작과 코믹한 대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비장한 마음으로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방어 자세를 푼다. 그러나 그때, 저 푸르렀던 날의 아픔은 서서히 혹은 느닷없이 객석을 파고들고야 만다.

고선웅 연출은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돌아간다고 할 때, 우리는 그 바퀴가 굴러가는 것만 본다. 이 작품은 그 바퀴에 치이고 깔린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했다. 스탈린은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고,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100만 명의 죽음이 아닌, 바로 그 한 사람의 죽음이 만들어내는 비극이다."
4년째 같은 배우와 같은 스태프가 같은 무대를 지킨다. 여산 역의 김학선, 정혜 역의 정재은, 일정 역의 이영석, 민호 역의 이명행, 기준 역의 조영규 등이 어김없이 출연한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 공동제작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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