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국에는 유난히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삶을 전제로 죽음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과 현세를 강조하는 유교 전통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런 문화 속에서 한국인은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슬픔을 쌓아놓는 경향이 있다. 죽음뿐만이 아니다. 이별, 병, 해고 등 상실을 겪는 경우 대부분이 그렇다.

신간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는 상실로 세상과의 관계가 불안정해진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와 같은 책이다. 책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애도만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열일곱 살 때 여동생의 죽음을 지켜보고, 스물다섯 살 때 6개월된 둘째 아이를 잃은 프랑스 심리학자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와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는 고통을 표현하지 못하고 아프게 살아온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애도의 방법을 알려준다. 다양한 상담사례와 심리학 지식이 이들이 제시하는 애도의 방법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들은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애도를 통해 내적 평화와 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책은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의 이별, 좋아하는 존재의 부재 등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고, 애도의 단계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주변인들이 자신을 돌봐줄 수 있도록 후원인 네트워크를 조성하고, 자신만의 이별의식을 만들고, 정신적 고통을 육체로 드러내는 것 등이 방법으로 제시된다.

상실은 우리 일부를 함께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 없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어렵다. 그러나 길고 고통스러운 애도의 시간을 거치면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허봉금 옮김. 민음인. 184쪽. 1만2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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