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이 숨쉬는 곳…지친 심신 달래고 쌓인 스트레스를 확∼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떨쳐 버리고 지친 심신을 달래는 치유를 원한다면 서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충남의 남쪽 끝자락인 서천군 기산면 영모리에 있는 '문헌서원(文獻書院)'.

서원은 선현의 뜻을 기리는 제사의 공간이면서 학교, 도서관, 출판의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곳이다. 문헌서원은 한산을 본관으로 하는 한산이씨의 정치적, 경제적, 사상적, 교육적인 중심 역할을 해왔다.

서원을 감싸 안은 기린봉은 옛 한산 고을의 진산이며 그 앞으로 금강이 흐르고 있어 호서 제일의 명산으로 전해오고 있어 전국에서 풍수지리학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곳에서는 고려 후기의 대학자인 가정 이곡(1298∼1351)과 그의 아들이며 고려말 충신으로 3은(三隱) 중 한 사람인 목은 이색(1328∼1396) 선생 등 한산이씨 선현 8위를 제향하고 있다.

서천군은 2007년부터 5년간 73억원을 들여 문헌서원 일대 1만9천847㎡를 '전통역사마을'로 재정비하고 도시민들의 치유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2012년 10월 문을 연 4동의 한옥민박은 모두 40명을 수용할 수 있어 개별과 단체숙박이 가능하다. 일부는 전통 온돌인 구들로 만들어 장작을 지펴 난방하고 있어 도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재실을 고쳐 만든 전통식당인 '시우(時雨)'에서는 서천지역의 신선한 제철 채소와 어류, 전통 장류를 사용하는 자연식 밥상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따끈한 가마솥 밥과 서천 앞바다에서 나는 생선인 '박대', 판교의 '도토리묵', 한산이씨 종가음식인 절인 배추와 무 등을 썰어서 젓국에 버무린 김치인 '섞박지'가 천하일품이다.

민박집엔 TV가 없고 조리시설도 없다. 서원 내 모든 구역은 취사와 흡연금지 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식당에서 한산지역 명주인 '소곡주'만이 반주로 허락될 뿐이다.

오천환 군 문화재담당은 "방에 TV가 없다보니 숙박객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편한 신발로 갈아신고 문을 나서면 수줍게 산책길이 방문객을 맞는다. 목은 선생의 묘지를 왼쪽으로 끼고 올라 기린봉에서 한산면 호암리 건지산의 봉서사(鳳棲寺), 월남 이상재 선생 생가지까지 6㎞ 구간도 평품 산책길로 불린다.

산책 후 돌아오는 길의 갈증은 서원 내 한산 소곡주의 발원 샘이라고 이름 붙여진 옹달샘에서 해소할 수 있다. 옹달샘 물은 연중 끊임없이 흘러넘쳐 서원 입구의 조그만 연못을 채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군은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제공하고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충효예 교실을, 일반인에게는 한문, 서예, 사서(四書) 등 학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지역 출신 국창 이동백 선생의 중고제 판소리학교도 열 계획이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이용,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서원을 재정비했다"며 "일상에서 지친 도시민들이 잠시나마 이곳에 머물며 힐링으로 재충전해서 삶의 여유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원 입장은 무료이며, 숙박과 식사 예약은 홈페이지(http://munheon.org)나 전화(041-953-5896)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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