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합격자 2017년까지 150명으로 줄이기로

20일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감정평가 공정성 강화 방안'은 서울 한남동의 민간 고급 임대아파트인 '한남더힐' 사태를 계기로 크게 타격을 입은 부동산 감정평가의 공정성·신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임대주택인 한남더힐을 분양주택으로 전환해 매각하기 위해 시행사가 감정평가를 거쳐 분양 전환가격을 제시했지만 입주민들은 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보고 따로 감정평가법인에 평가를 맡겼다. 
 
문제는 그 결과 양측이 내놓은 감정평가액의 격차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가장 면적이 넓은 332㎡형의 경우 29억2천160만원(입주자 측)과 79억9천215억원(시행사 측)으로 차이가 무려 50억7천55만원에 달했다.

호화 임대아파트로 세간의 이목을 끌던 차에 평가액 차이가 최대 2.7배까지 벌어지면서 '고무줄 감정평가'란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 사적평가도 평가액 격차 크면 재평가 의무화
 
대책은 이 때문에 감정평가사의 재량이나 주관이 개입할 여지를 줄이면서 각종 검증장치를 강화해 감정평가 결과가 논란거리가 될 소지를 낮추는 방향으로 마련됐다.
 
대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감정평가를 실제 수행하는 단계에서 부실을 낳는 요인을 줄이고, 감정평가 결과에 대한 사후 관리·감독은 강화하면서 감정평가 시장의 수급도 조절하기로 했다. 
 
우선 평가 단계에서는 재의뢰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은 토지 보상 등 일부 업무에만 적용되는 재의뢰를 국·공유지를 대상으로 한 공적 감정평가 전체로 넓히고 일부 사적 감정평가 영역에도 도입키로 했다.
 
재의뢰는 평가사·평가법인을 새로 선정해 감정평가를 다시 하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금융사 등 사적기관의 의뢰로 수행되는 사적평가의 경우 의뢰인이 원하면 한국감정원이나 한국감정평가협회 같은 제3의 기관이 평가업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평가업자가 의뢰인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또 이번에 논란이 된 한남더힐 같은 민간 임대주택의 분양 전환가격 평가는 일정한 사유가 생겼을 때 재의뢰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일정한 사유로는 양측의 평가액이 50% 넘게 차이가 날 경우, 위법·부당한 평가로 사업자 또는 임차인의 과반이 원할 경우 등이 해당된다.
 
실제 평가를 하는 단계에서는 가격 산출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감정평가서에 어떤 감정평가 방법을 썼고 어떻게 산출했는지를 포괄적으로 적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구체적인 평가 방식별 산출 내역, 보조 방식에 의한 산출 내역, 적용한 법령, 중개업소 탐문 등 부동산 시황, 기준가치 결정과 그 사유 등을 꼼꼼히 적어야 한다. 
 
또 보조 방식을 이용해 평가의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와 '평가 대상 부동산이나 소유자와 평가사 간에 이해관계가 없다'는 내용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감정평가 때 가장 많이 쓰이는 '공시지가기준법'에 따른 가격 산출 때 맨 마지막에 '그 밖의 요인 보정'을 수행하게 되는데 그 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지금은 '그 밖의 요인'이라고만 돼 있어 평가사의 자의적 판단이 관여할 여지가 크지만 앞으로는 인근 지역의 감정평가 선례, 실거래 사례, 유사 부동산의 가치 수준, 경매 낙찰가율 등으로 구체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단계에서 가격이 사실상 좌우되고 의뢰인이 고가 평가를 요구할 경우 자의적 평가를 낳게 돼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부 심사도 강화된다. 평가법인들이 소속 평가사의 평가 결과를 사후 검증하는 자체 심사는 실시 대상을 대형법인(소속 평가사 50명 이상)에서 중소법인(1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감정평가협회가 잠정 평가 결과를 검증하는 사전심사도 그 대상을 150억원 이상의 보상 평가 등에서 갈등이 예상되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넓히기로 했다.
 
또 지금은 자체 심사나 사전심사에서 부실이 발견돼도 제재 수단이 없지만 앞으로 제재 근거를 마련하고 '심사 지침'도 만들어 심사의 통일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 2번 금고 이상 형 받은 평가사는 퇴출
 
정부의 관리·감독도 강화된다. 감정평가사만 징계하는 국토부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를 평가사뿐 아니라 평가법인까지 징계하는 '감정평가감독징계위원회'(가칭)로 개편하기로 했다. 
 
부적격자는 영구퇴출된다. 직무 관련사항으로 2번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평가사는 영구제명하기로 했다. 
 
지금은 부실평가 등으로 자격·등록이 취소돼도 3년이 지나면 다시 등록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2번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아예 업계를 떠나야 한다.
 
감정평가 결과를 검증하는 타당성 조사도 강화한다.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연간 800건 정도 표본을 무작위로 뽑아 벌여온 표본조사를 강화해 2천건으로 표본을 늘리고 부실 평가가 의심되면 추가로 정밀조사를 벌여 필요할 경우 징계까지 하기로 했다. 
 
이 밖에 시장 환경에도 손을 댄다. 감정평가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응시자가 급감하는 추세를 반영해 감정평가사 합격자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올해는 180명을 뽑았지만 2017년까지 합격자를 150명으로 줄인다.
 
또 평가사에 대한 윤리교육 시간을 확대(연 150분→300분)하고 교과과정도 만들어 평가업계의 자정 능력을 높일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평가사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감정평가 업계도 논의에 참여해 함께 대책을 마련한 만큼 업계에서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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