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해운 관리·감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선박 안전 점검은 엉터리로 이뤄지고 배에 적절한 화물이 실렸는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는 어이없는 일들이 이어져 온 것이다.

선박 안전 점검과 운항관리는 해양 사고를 방지하고, 혹여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게 해주는 밑바탕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일백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수많은 생때같은 청춘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으니 땅을 칠 일이다.

압축성장을 가능케 한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가 기본을 소홀히 하다가 어떤 희생을 치르는지를 세월호 참사가 뼈아프게 보여주는 셈이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제1종 중간검사를 받고 통과했다. 당시 조사에서 46개의 구명뗏목 가운데 44개가 정상 판정을 받았고 조타기나 배의 좌우균형을 맞추는 장비인 스태빌라이저도 정상 작동한다고 판정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펼쳐진 구명뗏목은 고작 하나뿐이었다. 조타기도 정상 작동했는지 앞으로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가 불과 2개월 전 검사에서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은 검사가 엉터리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해경이 2월에 한 안전점검도 마찬가지다. 수밀문 저압 경보 발생, 자동문 상태 불량 3개,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상태 불량 등이 지적됐지만 선내 비상훈련 실시 여부, 팽창식 구명뗏못 정비 기록, 조타기 정상작동 여부 등에서는 양호 판정이 떨어졌다. 이 역시 어떻게 점검을 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어떤 비상훈련을 점검한 것이기에 침몰 당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통과한 것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배의 출항 전 안전 관리도 엉망이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모두 엉터리로 기재했다. 그러나 문제를 지도·감독할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물이 과하게 실렸는지, 위험한 물건이 있는지 등을 알 길이 없는 셈이다.

2천100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회원사 배의 안전운항을 철저하게 지도·감독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일 수 있다. 현실이 이래서야 배의 안전한 운항을 어떻게 자신하겠는가.'

선박 안전 관리의 부실은 일차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잘못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해양수산부 전직 관료들이 선박 운항관리와 검사 등을 맡는 기관의 장이나 고위직으로 가는 낙하산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하면 '해수부 마피아'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1962년 출범한 해운조합은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을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1977년부터는 38년째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 이사장도 옛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이다. 비영리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도 역대 회장과 이사장 12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나 관련 정부기관 관료 출신이다.

정부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거나 서로 얘기가 통하는 전직 관료들이 차례로 눌러앉는 기관에 대한 정부의 견제와 감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문제가 생겨도 봐주고 넘어가는 식이 되기 쉬운 현실에서 선박 안전관리 기능이 올바르게 수행될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세월호의 선박 수입부터 면허취득, 시설개조, 안전점검과 운항허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수사당국에 당부했다. 이제 숙제는 검찰과 경찰에 넘어왔다.

사고 발생 이후 선장과 선원의 잘못된 대응의 책임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는데도 못한 원인을 밝혀 안전관리에 관한 비리나 잘못에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매번 사고 때마다 사후약방문격이어서 속이 터지지만 이번엔 정말 제대로 안전불감증의 뿌리를 뽑아 이런 참사가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는 문제가 해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기에 전방위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너무도 많은 목숨을 어처구니없이 잃고 통곡하며 반성하는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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