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치러지지만 스페인-네덜란드전 등 놓칠 수 없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에는 전 세계 곳곳에서 경기 중계를 보느라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해외 토픽들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8강 신화에 도전하는 한국의 경기 말고도 축구 열강들의 빅매치가 우리 축구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구 정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탓에 대부분의 경기가 자정 넘어 새벽에 치러지는데도 '본방 사수'를 외치며 벌써부터 체력 관리에 들어간 축구팬도 있을 지경이다.

대진이 확정된 조별리그 경기까지 한국이 소속된 H조를 제외한 각 조별로 '빅 카드'를 추려봤다.

◇ A조 브라질-멕시코(6월 18일 오전 4시, 이하 한국시간)

세계 최강이자 이번 대회 개최국인 브라질과 이제는 미국에 따라잡힌 북중미의 '옛 강호' 멕시코의 맞대결이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 오스카르(첼시), 헐크(제니트)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브라질이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멕시코 진영을 유린하는 장면이 금방 그려지는 매치업이다.

그러나 속단하기는 이르다. 가끔은, 잃을 게 없는 팀이 강팀보다 더 무서운 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라질은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전에서 멕시코에 무릎을 꿇은 아픈 기억이 있다.

다른 축구 강국들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축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브라질이지만 런던 올림픽에서만큼은 월드컵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초호화 멤버를 가동하며 심혈을 기울인 터였다.

그러나 멕시코 골잡이 오리베 페랄타에게 2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에는 홈 어드밴티지를 안은 네이마르가 페랄타 앞에서 화끈한 골 세리머니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B조 스페인-네덜란드(6월 14일 오전 4시)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속한 B조는 남미의 강호 칠레까지 가세, 죽음의 조로 불린다.

매 경기가 빅매치나 다름없지만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조별리그 첫 경기는 B조의 흐름을 사실상 결정지을 분수령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 일전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의 '리턴 매치'이기도 하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당시 두 팀은 옐로 카드가 13장이나 나올 정도로 뜨거운 승부를 펼쳤고 연장전에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결승골을 앞세워 스페인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와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를 차례로 제패하며 '무적함대'로 군림한 스페인이지만 최근 들어 완만한 하락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로빈 판페르시, 아르연 로번 등 공격진의 완숙미가 정점에 달한 네덜란드가 '스페인 시대' 종말의 서막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 C조 콜롬비아-코트디부아르(6월 20일 오전 1시)

'인간계 최강자'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와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에 들어선 '노장' 디디에 드로그바(갈라타사라이)의 골잡이 맞대결로 요약되는 경기다.

팔카오는 지난 2시즌간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면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그늘에 가려 득점 랭킹 3위에 머물렀다. '인간계 최강자'는 그래서 붙은 별명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 진정한 최강자가 되려는 욕망이 컸던 탓일까. 그는 올시즌 AS모나코로 이적한 뒤 십자인대가 파열돼 재활중이다.

그러나 수술 경과가 좋아 월드컵 출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른 여섯살 노장 드로그바에게는 이번 대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다.

프로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우승 등 들어 올릴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월드컵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들어야 했다.

2006 독일 월드컵과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죽음의 조'에 속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D조 이탈리아-우루과이(6월 25일 오전 1시)

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의 월드컵 우승 횟수를 모두 더하면 무려 '7'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이들이 모두 D조에 묶였다.

이들의 전력은 줄세우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엇비슷하기 때문에 조별리그 최종전에 가서야 16강 진출 팀이 가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의 최종전에서 승리한 팀은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패배한 팀은 탈락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두 팀 모두 자타공인 축구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악동 골잡이'가 최전방에 포진하고 있어 축구팬들에게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탈리아의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와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가운데 누가 악동을 넘어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E조 스위스-프랑스(6월 21일 오전 4시)

여러 모로 대비되는 두 팀의 맞대결이다.

세계적인 스타를 찾아보기 힘든 스위스는 예선에서 무패 행진(7승3무)을 벌이며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한 반면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등 스타 플레이어를 앞세운 프랑스는 플레이오프 사투 끝에 브라질 땅을 밟게 됐다.

스위스는 최근 A매치에서 좋은 전적을 뽑으며 지난해 10월 FIFA 랭킹 7위로 조추첨 톱시드를 받았지만 그간 월드컵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이 없어 '거품론'이 일고 있다.

반면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는 16강 진출에 실패한 남아공 월드컵 이후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상태다.

◇ F조 나이지리아-아르헨티나(6월 26일 오전 1시)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는 월드컵에서의 악연이 유난히 질기다.

두 팀은 지금까지 총 6번 겨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월드컵에서 이뤄졌다.

1994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2002 한·일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한 조에 묶였다.

그리고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2개 대회 연속으로 다시 같은 조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지난 3차례 맞대결에서는 모두 아르헨티나가 승리했다.

나이지리아가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꺾고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G조 독일-포르투갈(6월 17일 오전 1시)

'특급 도우미' 메수트 외칠(아스널)과 '특급 골잡이' 호날두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는 매치업이다.

지난 시즌까지 외칠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날두와 한솥밥을 먹으며 그의 '골 제조'를 수도 없이 도왔다.

그러나 이제는 각 나라를 대표해 월드컵에서 만나게 됐다.

양국 맞대결에서는 포르투갈이 3승5무9패로 뒤진다. 가장 최근 경기인 유로 2012 조별리그에서도 독일이 포르투갈을 1-0으로 눌렀다.

월드컵 무대에만 서면 작아졌던 호날두도 팀 만큼이나 독일전 승리가 간절할 법 하다.

2006년 독일에서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호날두는 이 대회 예선에서 7골을 쏟아내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본선 무대에서는 페널티킥으로 1골을 넣는데 그쳤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했지만 역시 1골밖에 기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외칠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골든볼(최우수선수) 후보에 오르며 자신의 몸값을 한껏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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