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줄

                                     

                          문근표

어머니 품에 잠드는 날이면,
아버지 새끼 줄 꼬며 무슨 소리를 건넨다
옥수수 맛처럼 감자 맛처럼
새끼줄 소리에 담긴 겨울 방 이야기
사라락 사라락 싸라락, 싸라락  
푸른 밤 달 속에 담긴 어머니 기도 소리
당그랑 당그랑 덩그렁 덩그렁
새끼가 살고 있는 도시에 둥그렇게 떠 있다
고향에 잠들어갈 즈음에,
자동차처럼 달리던 그 발자국 소리에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  
잠든 새끼 얼굴에 가득 들어찬 나의 소리들,
매일 밤 이어주는 새끼줄, 나도 궁시렁 궁시렁 꼬아간다
두 손바닥 닳도록 꼬고 또 꼬고
두 발바닥 닳도록 걷고 또 걷고,
사라락 사라락 싸라락, 싸라락
새끼줄 이어주는 일이었다

 화가 김대원 
                                     화가 김대원 

 

 

 

 

 

 

 

 

 

 

 

 

 

 

문근표 1968년 인천출생. 수원문학 신인상을 통해 문단에 나옴,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