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요리법

                                                                                                         주영중

대충 찢은 종이에 삐뚤빼뚤한 것들 얼핏 글자들이 비춰 나온다 하나의 모음과 자음에 많은 망설임이 있다 꺾이다 돌아가길 반복하는 한글 같기도 한자 같기도 한 얼마 되지 않는 글자들에 획수가 너무 많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상형문자들 인생 막바지에 얻은 초서를 따라 읽는다 가기가 벅차다 떨리는 호흡이 거친 손을 따라가다 힘에 겹다 그래도 따라가기로 한다

이 요리는 과연 무엇인가 이 재료는 과연 누구를 위해 쓰였는가 마늘 1(뒤의 글자는 읽어내지 못했다) 양파(읽어내지 못했다) 고추씨 5T 사과 1개 소주(역시 알 수 없다) 물 10컵(너무 많다 잘못 읽었음에 틀림없다) 날카롭게 솟았다 내리긋는 협곡들 흐르기보다 내리치는 시간 같다 분노 같다 

알 수 없는 여진이 계속되고 계측기 바늘처럼 요동치는 글자들 봉우리를 타고 넘는다 몸 이곳저곳 울리는 단발마적 지진들이 구겨진 종이에 남아 있다

주영중 1968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박사 졸업. 2007년 현대시로 시인 등단. 시집 결코 안녕인 세계 생환하라, 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