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이종숙

점방과 점방 사이 순대 같은 길이 구불구불 산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겨울이면 손톱 밑에 새까만 탄가루가 낀 연탄장수가 이마, 코끝, 수염까지도 탄가루를 달고 골목을 드나들고 그나마 리어카도 들지 못하는 길은 지게로 나르고 집게로 나르고 새끼에 끼어 나르고 겨울의 길목은 연탄으로 까맣게 물들어가지만 서로 기대어 천장까지 쌓인 연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 할 수 없는 온기로 따뜻했다 지금이사 가스보일러나 전기보일러로 등 따숩은 시절이지만 연탄에 의지하던 그 시절엔 아침이면 살색 탄재를 집게로 들고 나와 밤새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골목을 덮어 서로의 걸음을 돌보던 사랑이 훈훈했다

젊은이들이 떠난 골목, 옛 그림자만 서성이고 고요가 한 세기를 마감하듯 내려앉았다 뽀글이 머리를 한 노인 몇이 해바라기마냥 앉아서 합죽한 입을 하고 골목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다

사진 인송.
사진 인송.

 

 

 

 

 

 

 

 

 

 

 

 

이종숙 1958년 목포 출생. 2003년 시와 사람 신인상 수상 등단. 시집 아직은 따뜻하다 외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목포문인협회 회원, 목포시문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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