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엄마는 꼭 올 것만 같은데
최혜숙
무거운 보따리 머리에 이고
허리끈 질끈 동여매고
맨 앞장서서 걸어오는 사람
꼭 울 엄마 같은데
나들이옷 차려입고
새벽같이 읍내 장에 가신
꼭 울 엄마 같은데
길례엄마 영수엄마 다 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고
해는 지고
하염없이 기다리다
노울 속으로 까무룩 묻혀도
엄마는 오지 않고
무덤 위 잡풀 사이로 구절초 피고
이름 없는 풀들 시름시름 앓고
바람 끝도 점점 매워지는데
그래도 엄마는 꼭 올 것만 같은데
최혜숙 1957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았으며, 서경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2007년 시현실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그날이 그날 같은' '몽상가의 등불' 외 다수의 공저와 동인지가 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시우주회원, 청미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