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마을*
한 소 운
샛문으로 들락거리는 바람이 푸르다
물봉골 안골 장터골
골마다
아궁이 불내가 저녁 안개처럼 깔리는 마을
건물과 건물사이로 이어지는 통로
긴 통로를 열두 폭 치맛자락 끌면서
싸락눈 내리듯 싸락싸락 걸어보고 싶다
보일 듯 말듯 접혀져 들어가는 문간들
더럽힘이 없는 집 “무첨당”
참을 인자를 백번이나 가슴에다 새기는 “서백당”
며느리의 출입은 기껏 안방 대청마루가 전부였을까?
열두 폭 치마 속에 갇힌
종갓집 여인들의 한숨소리가
굴뚝을 빠져나가는 연기처럼
소리 없이 이어져 왔을 마을
한소운 1960년 경주 건천 출생. 1998년 예술세계 등단. 시집 '그 길 위에 서면' '아직도 그대의 부재가 궁금하다' '꿈꾸는 비단길'. 예술기행집 '황홀한 명작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