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착

                                송방순

봄은 자기가 가졌던 것을 집착해서 
또다시 산에 진달래꽃을 피워내 
산을 술렁이게 만들고
앞마당에 하얀 목련으로 되새김질한다

사람들은 집착 속에서 
사랑이라 단정 지을만한 아무것도 없는데
서로에게 도살장의 소처럼 
손등에 푸른 인장을 찍고
그 집착의 끈으로 또다시 자신의 목을 맨다

아이는 엄마에게
강아지는 주인에게 집착해
말간 얼굴로 가증스러운 혀를 내밀고

죽은 사람은 산 사람을 집착해서
오래된 관속에서도 무덤 옆 양지바른 곳에 
제비꽃을 피워낸다

송방순 1968년 전남 장성출생, 원간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천강문학상, 동서문학상 수상,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청소년 소설 '랙 걸린 사춘기', 소설집 '전갈자리' 동화집 '내 마음 배송완료'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날아라! 포장마차' '주물럭 공작소 작전개시!' 등 다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