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경기=박종란 기자] “예술은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다, 예술은 연주가와 화가 등 예술인들의 사회 환원으로 접근해야 하며,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예술지원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 심성보(54) 음악감독을 만나 정문규미술관만이 자랑하는 미술관 속 음악회에 대해 들어보았다. 

미술관의 음악감독이라는 직책이 다소 낯설다.

-정문규미술관은 전시회와 공연장을 함께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음악감독은 한 해의 음악공연을 기획하고 연주자를 섭외하고 때로는 공연에서 음악을 해설하는 등 모든 음악공연을 총괄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공연시설과 단체의 43.6%가 휴업을 경험했고 공연 관람객수가 2019년보다 5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이 있다. 정문규미술관은 어떠했나.

-개관 이후 20년간 정문규 미술관의 작은 음악회는 계속돼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난해 에도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15회 정도 음악회를 열었다. 물론 관람객 수는 50인 미만 원칙을 지켰다. 왔다가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관객들이 없도록 공연장 입장도 예약제로 바꿨다. 

사립미술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그동안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유럽의 사례와 비교해 개선돼야 할 점이 있다면.

-정문규미술관의 모든 음악공연은 대부분 무료다. 신진 음악가들에게는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문화예술공연에 목마른 지역주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궁극의 목표다. 그러다 보니 수익구조가 열악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문화예술분야에 깊은 이해가 없는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사립미술관 지원을 담당하고 평가한다. 그나마 공무원들은 1~2년이면 또 부서를 이동한다. 이들의 평가에 따라 사립미술관들은 웃고 운다. 어떤 프로젝트를 기획하더라도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접어야 한다. 정문규미술관도 석연찮은 이유로 2차례 지원을 받지 못했고 이는 즉각 운영난으로 이어졌다. 이런 경우 사비를 짜내 틈을 메꾸지만,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대에 서는 연주가들에게 작은 성의조차 표시하기 힘들 정도다. 

유럽의 경우 지자체에 지원 여부 평가를 맡기지 않고 정부에서 음악예술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반을 운영한다. 전문가들이 명확한 기준으로 충분한 시간에 걸쳐 선정한 미술관이나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이런 지원은 미술관이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통해 지역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지금 국내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예술인연대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유럽 예술 무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예술인 중심으로 유럽의 예술분야 지원책을 국내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해 건의할 계획이다. 예술인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일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전시회나 콘서트 등 미술관과 공연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도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온라인전시회가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만나 느끼는 감동을 전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디어 매체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하고 감동한다. 우리 미술관도 코로나19로 연기된 컬러테라피 강의를 온라인을 통해 송출하고 실시간 소통하는 등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수학하고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음악감독, 공연 연출,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서양사와 음악사를 아우르는 인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는데.

-격변의 시대를 살다간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삶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그들이 처한 현실, 인간적인 고뇌를 들여다보며 이러한 환경들이 어떻게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 흐르고 있는지를 대중들과 함께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예술가들의 삶을 이해하면 그들의 작품이 한결 쉽게 이해된다. 미술작품이나 클래식에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다리역할을 하고 싶다. 

정문규미술관 음악회를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음악을 통한 연주자와 관객들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문규미술관의 음악공연장은 총 100명~15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소공연장이다. 일체의 음향시설도 없다. 연주자들이 만들어낸 소리가 날 것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숨소리 하나하나 눈빛 하나하나가 읽히는 작은 공간에서 오직 음악만이 연주자와 관객들 사이를 잇는다. 이것이 소공연장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고 다시 공연장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장점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예술문화의 저변확대 등의 거대한 담론보다 좋은 미술작품이나 클래식을 소개하고 함께 누리며 대중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 예술이라는 차원 높은 유희가 ‘그들만의 것’이 아닌 모두가 향유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이 음악감독이든 공연해설든 인문학 강의나 영화리뷰이든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모든 것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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