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남양주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이 폐기 처분됐다. 시민 15만명이 서명에 나서는 등 땀과 열정을 보탰다. 그러나 타당성 조사에서 저조한 결과와 투자심사에서 재검토가 통보되자 구리시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서둘러 폐기했다. 한때 황금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던 사업이 어떻게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는지 본보는 6회에 거쳐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과연 폐기할 정도였나'의 주제로 심층 해부해 본다.  

 

1. 테크노밸리, 황금알 낳는 거위인가   
2. 양주시는 경사, 구리시는 적막강산
3. 구리시장 공약폐기 사업 포기, 주민 분노
4. 구리시, 애초 테크노밸리 추진 의지 없었다
5. 구리시, 타당성조사 중투심 근본 대처 미흡
6. 구리시, 테크노밸리 아직 희망있다 



안 시장, 도의원 때부터 탐탁치않게 여긴 듯
경기도, 구리시 ‘추진의지 가장 중요’ 강조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은 경기도시공사 51%, 구리, 남양주도시공사 49% 지분으로 총 1711억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이 사업으로 1만2820명의 일자리와 1조7717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구체적인 통계도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 5개 지역의 테크노밸리 사업은 경기도의회가 ‘테크노밸리 조성을 위한 운영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상황을 점검하는 등 관심이 높았다.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역시 경기도, 구리시, 남양주시, 경기도시공사, 구리도시공사, 남양주도시공사 등 6개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할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었다.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은 구리‧남양주테크노밸리 위치도.
구리‧남양주테크노밸리 위치도.

그러나 ‘평안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처럼 유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판단은 단체장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유감스럽게도 안승남 시장은 테크노밸리 조성사업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것을 증명하는 정황이 여러 문서에서 발견됐다. 이 문서가 안 시장의 저의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한다.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사업이 선정된 2017년 11월13일로부터 40여 일이 지난 2017년 12월22일, 당시 도의원이었던 안 시장은 경기도의회 제324회 정례회에서 테크노밸리에 관한 5분 발언을 했는데 그때 이미 ‘안 시장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당시 5분 발언 속기록을 정리하면 “구리시가 테크노밸리 사업을 위해 별내선 사노역 신설에 1000억원, 사업 준공 후 3년까지 미분양 100% 매입하겠다고 했다. 기반시설이 전무하고 재정자립도가 2~30%에 불과한 구리시가 남경필 지사 덕분에 사업 위험을 부담하는 형국이 됐다. 그러한 구도로 과연 행안부 지방재정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우려 된다”고 마치 테크노밸리를 선정해준 것이 잘못됐다는 듯이 지사에게 책임을 묻는 발언을 했다. 

이어 어느 시의 도의원인지 출신 성분을 의심케 하는 발언도 했다. “구리시는 입지선정만 됐다. 그런데 구리시는 마치 유치가 확정된 것처럼 반상 회보를 통해 홍보하고 있는데 구리시가 입지선정인지 유치확정인지 답변해 달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또 “공급 과잉 등으로 테크노밸리 사업이 조정 변경된다면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투자한 비용에 대해 반드시 재정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테크노밸리 사업 이외에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해 테크노밸리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었다.

2018년 7월 구리시장에 취임한 안 시장의 의중은 ‘구리‧남양주 테크노밸리 관계기관 T/F 회의’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2018년 4월30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 중간보고회가 2019년 3월 열렸고 경제성 지표인 B/C 비율이 저조하게 발표됐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3일 개최된 T/F 1차 회의에서 최종보고회를 통해 신규투자율 및 B/C 산출 관련해 적극 대응하고 1주일 이내 이의신청 여부를 판단해 조치할 것을 논의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12일 행정연구원의 타당성 조사 결과 B/C 비율이 0.32로 낮게 나왔는데도 3일 만인 2019년 4월15일 행안부에 투자심사를 의뢰하기에 이른다. 

그 후 2019년 7월3일 열린 2차 회의에서 구리시는 뜬금없이 ‘헬스케어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신규 수요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행안부의 투자심사 결과가 나온 지 불과 하루만이었다. 이미 구리시는 테크노밸리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경기도는 지자체 공모 절차를 통해 선정된 테크노사업이기에 ‘해당 시의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사업추진의 가, 부는 오직 구리시에 있다는 뜻이다. 

2019년 7월2일 행안부의 투자심사 결과에서 재검토 의견이 통보되자 10일 후인 7월12일, 3차 회의에서 재검토 결과에 따른 사업추진 방안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도 경기도는 ‘해당 지자체 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지만 구리시와 남양주시는 테크노밸리 사업을 접고 각각 사업을 추진할 뜻을 비쳤다. 결국 이 회의에서 테크노밸리 공동 추진은 백지화의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난 후 한 달 뒤인 8월8일 4차 회의에서 경기도는 또 ‘테크노밸리 사업에 대한 구리시의 정책적 결정이 우선 필요함’을 주지시켰다. 그러나 구리시장은 12월13일, 자신의 의지대로 철회 방침을 세웠고 12월 18일 시의회에 보고한 후 다음 날인 12월19일, 제5차 회의에서 테크노밸리사업 추진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2차 회의에서 거론됐던 ‘헬스케어산업’도 입지선호도가 저조해 철회했다. 용역비만 날린 셈이다. 이때부터 테크노밸리 대신 푸드테크밸리 사업이 수면 위로 떠 오르게 된다.

또 하나, 구리시가 테크노밸리 폐기에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되는 문서가 발견됐다. 최근 도의회 백현종 (구리1선거구)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구리시에서 사업을 철회했다는 이유만으로 경기도에서 포기했다, 경기도의 입장으로 사업을 적극 검토해 주길 제안한다”며 구리테크노밸리사업의 부활을 촉구했다. 이에 대한 도 담당부서에서 검토한 내용이다. 도는 문서를 통해 “제안자(구리시)의 강력한 사업철회 요청”했다고 ‘강력한’ 단어를 상기시켰다.    

이러한 징후를 예상했기 때문인지 경기도는 T/F 회의를 할 때마다 구리시의 의지를 도마 위에 올렸고 이 회의에서도 ‘공모사업임을 감안 제안자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렇듯 경기도의 끈질긴 독려와 채근에도 결국 15만 시민의 서명으로 이뤄낸 구리‧남양주테크노밸리는 백지화됐다. 역시 지자체장은 1만여 개의 일자리와 1조7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는 사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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