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봉 서울취재본부 국장대우.
                                이민봉 서울취재본부 국장대우.

대한민국 국민으로 오래 살다보니 나름 정치인을 보는 눈이 조금은 생겼다. 
이를 정리해서 정치의 흐름을 예측하곤 하는데, 의외로 잘 맞는다. 

그 중 몇가지 법칙만 소개해보면

첫째, 이미 알려진 악재(또는 그에 준하는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 

이재명 지사가 다시 대선에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는 약점이 너무 많아서 그것만 폭로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배우 스캔들, 정의를 위해 계정 이슈 등등 이낙연 후보를 비롯해 경쟁자들은 이번 경선에 이 약점을 파고 들어 공격했다. 결과는 별 영향 없었다.

이명박의 BBK도 비슷했다. 아무리 공격해도 지지율이 떨어지기는 커녕 공격한 후보가 더 타격을 받았다. 이미 지지하기로 마음먹은 지지자들은 그 약점을 감안하고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에게는 같은 공격을 반복하는 후보에게 신물을 느낄뿐이다. (나 다 알고 있다고. 그만 좀 해! 넌 당선되면 뭐할 건데? 그것 좀 말해봐! )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네거티브 해서는 안된다고 선거의 도덕성 문제로 해석하곤 한다. 
나는 전술적으로 잘못된 공격을 했기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요즘 홍준표가 상승세라고 한다. 홍준표를 다시 돼지 발정제나 장인 패륜 발언을 갖고 계속 공격할 생각하면 안된다. 별로 효과 없을 거다. 그를 잡으려면 다른 공격 포인트가 필요하다.

둘째, 정치적 어음 자산(순간 지지율)이 아무리 높아도 현찰 자산이 많은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 정치인의 정치적 자산은 현찰 자산과 어음 자산으로 구별할 수 있다. 현찰 자산은 웬만해서 떨어지지 않는 지지율을 말하고, 어음 자산은 흐름을 잘 타서 얻은 지지율을 말한다. 

이낙연 후보가 45%까지 치솟는 지지율을 자랑할 때도 필자는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지사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에 이재명 지사는 이낙연에 비해 한참 떨어져도 이재명의 지지율은 현찰이었고, 이낙연은 어음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율은 역전됐고 재역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은 이낙연 후보보다도 더 어음 비율이 높은 후보다. 일단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올라오던가 하겠지만, 떨어지는 건 필수고 올라오는 건 실력이다.

현찰 자산이 많은 후보가 어음 자산이 많은 후보를 이기는 원리는 단순하다. 현찰 자산은 온갖 악재를 다 겪고나서 축적된 지지율이다. 어음 자산은 시기를 잘 만나 자신의 강점이 극대화되면서 얻은 지지율이다. 여기에는 아직 미래의 악재 변수가 반영돼 있지 않다. 현찰 자산은 오를 일만 남았고, 어음 자산은 내려갈 일만 남았는데 당연히 현찰 자산이 많은 후보가 이기지 않겠는가. 

세째, 지지자들 경계층의 마음을 얻으면 지지율은 상승하고, 경계층의 마음을 잃으면 지지율은 떨어진다. (경계층이란 지지와 비지지의 경계선에 있는 대중들을 말함. )
하나마나 한 너무나 당연한 말 같지만 실제로 이 사실을 알고 선거전술에 활용하는 후보는 매우 적다. 심지어 선거운동을 하면서 경계층을 쫓아내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선거는 상대방이 실수하길 기다리는 것이 자신이 직접 선거운동하는 것보다 더 나을때도 많았다.

경계층을 쫓아냈던 사례를 보면 지난 대선 때 민주당 경선 끝난 후에 안철수 후보를 적폐로 공격했던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안희정 지지자 그룹의 대표를 문재인 지지로 돌려세우려고 며칠동안 한참 설득중이었고 그도 안철수 지지와 문재인 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때였다. 강성친문이 안철수를 적폐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고는 '저럴 줄 알았다'며 문재인 지지를 포기하고 안철수 지지로 완전히 돌아섰다. 다행히 캠프는 오류를 수정했지만 강성 지지자들은 안철수와 안철수 지지로 돌아선 이재명/안희정 지지자를 비난하면서 계속 경계층을 쫓아버렸었다.

이번 경선에서 이낙연 캠프도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다.
이낙연 후보 지지의 경계층에는 황교익같은 열렬한 문재인 지지자이지만 아직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포함된다. 그러나 경계층에 있던 황교익씨를 이재명과 엮어서 공격하면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던 경계층 대중들의 반발을 샀다.

사실상 비강성친문 문재인 지지자를 적으로 돌려세워 버렸던 패착이었다. 이 공격으로 공격받은 이재명은 별 타격이 없고 공격한 이낙연측만 큰 손해를 봤다.

자신의 경계층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으면서 착실히 득점하는 최고의 선수는 홍준표다. 지난 대선에서도 5%의 지지율로 시작해서 24% 득표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왜 지지율이 안 오르는 지 알고 싶은가? 지지율을 올리고 싶은가?
- 현재 자신의 경계층을 분류하라.
-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를 캠프 내로 영입하던가 자문을 구하라.
- 핵심 지지자의 정서가 아니라 경계층의 정서로 말해라. 
- 자신의 주장이나 메세지에 경계층이 어떤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노선을 다듬어라.
- 이런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라.

네번째, 순혈주의/분열주의적 강성지지자들을 통제할 수 없으면 성장의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은 모범 사례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현대의 선거가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들의 영향력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지지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은 여러 정치 진영에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런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정치 지도자를 판단한다는 데 있다.

지난번도 그러더니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각 지지자들은 서로를 극도로 혐오한다. 비교적 정제된 언행을 하는 후보보다 그 지지자들을 보면서 혐오를 키운다. 상대가 자기쪽을 혐오하니 자신의 혐오도 정당화된다. 정치 지도자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참여한 내분으로 인해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성장의 한계를 맞게 된다.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때 문재인 후보가 강성친문들에게 품격있는 대응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에 간섭하면 안된다며 거부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경선의 승자도 같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도 벌써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이재명 후보의 일부 지지 셀럽들이 벌써부터 승리를 확신하며 혐오를 조장하고 경쟁후보 지지자들을 조롱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일부 문재인 지지 셀럽들이 했던 과오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이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대선 승리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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