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봉 서울취재본부 국장대우.
                                이민봉 서울취재본부 국장대우.

지난 주말 민주당 대전·충남/세종·충북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겼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여세를 몰아 남은 지역의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해 본선에 직행하자고 하고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은 충청 지역 표는 전체 경선단의 일부에 불과한데다 1등과 2등의 실제 표 차이는 1만여 표에 불과하므로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누구 말이 옳고 어느 쪽이 더 현실에 가까운 인식을 하고 있을까?

나는 내 나름대로 예상하는 결과가 있고 짚이는 바가 있으나, 일전에 포스팅한대로 민주당 내부 경선 과정에는 관여할 마음이 없으므로 어느 후보를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을 지키려 한다. 

다만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각 후보 진영이 향후 어떤 전략을 들고 나와도 이미 범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 속 결정은 거의 끝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서 지금부터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혹은 네거티브를 심하게 해도, 그것이 경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내 말이 설마하고 안 믿어질지 모르나, 현실은 그렇다.

그 까닭은 상당수 범 민주당 지지자들이 벌써 수년 째 진한 가슴앓이를 해온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내 주변에는 반(혹은 비) 국힘당 & 친 민주당 성향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평소 정치 이야기를 절대로 안 꺼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분들과 어쩌다 정치 이야기를 해보면 전부 한결 같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하지 않다. 

쉽게 말해, 문 대통령이 착해 보이긴 하는데 진짜 답답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결정 장애를 가진 것 같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평소 진짜로 자기 속내를 잘 안 드러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마 이게 열혈 정치 관심층 밖에 있는 사람들의 숨은 여론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에 대해서 답답하다고 느끼는 표심이 자연스럽게 어디로 향하겠는가?
이 질문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뻔한 문제다.

따라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기려면 국가 경영과 정책 실행 면에서 화통한 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실증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캠프가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집중하는 인상을 보임으로써 숨은 여론층의 반발을 샀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아마 향후 타 지역의 경선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거나 혹은 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자칫 이낙연 후보는 표심도 잃을 뿐더러 자칫 향후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산(가능성) 자체를 뿌리 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낙연 후보로서는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나로서는 굳이 이런 영양가 없는 글을 쓰는 이유는, 우연히 이낙연 후보 측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 보이는 어떤 이가 올린 글을 읽고 저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이재명의 도덕성과 사생활을 더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남은 지역에서 역전할 이끌어 내고 최종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아마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내가 지적한 대로, 정말 선거판이 그렇게 흘러가면 갈수록 거꾸로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이 처지는 현상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 이재명 후보 쪽으로 마음이 기운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와 문제의식은 국정이 '답답하다' 그래서 '뭔가 시원해졌으면 좋겠다'는 데 있는데, 거기다 대고 자꾸 인성과 사생활을 들이대니 오히려 저쪽의 답답한 마음을 분노로 치환시키는 효과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나 현실이 그렇다. 
애당초 이낙연 후보 측에서 선거운동의 프레임을 짤 때 좀더 바닥 민심을 잘 꿰뚫고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듯하여 유감스럽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나의 분석이나 예측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거의 절대 다수의 민주당 경선단은 이미 마음으로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굳힌 상태일테니까 말이다. 

다만 나는 모든 후보가 마지막까지 선전을 벌이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랄뿐이다. 

내 페친들 중에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도 많고,  이낙연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도 많다. 그리고 페북 알고리즘 특성상 유독 추미애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도 많다.

선거 기간이 시작된 만큼 상대 후보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사이가 좋던 페친들끼리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단 이유로 하루 아침에 원수처럼 돌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는 요즘이다.

그때마다 마음이 괴롭다. 

어서 속히 정치의 계절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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