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 어디에서 왔나?
​
​
                              목필균

어머! 누구세요?
참새들이 기웃기웃 
빨간 모자 속 얼굴을 들여다본다

우리 동네 아저씨가 아닌데.......
어깨 위에 앉아 이름을 묻다가 
뒷걸음치며 달아난다

어디서 왔을까
비행기도 묶인 지구촌에
여권은 챙겨 왔는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토종 허수아비를 대신해서

검은 피부 허수아비가 
하지의 뜨거움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마스크도 안 쓴 채 용감하게 서 있다

가을 들녘까지 계약직으로 
얼마나 벌지는 중요하지 않고
푸른 벌판에 나와 있으니
인종차별 없는 세상이 좋더라고

걸죽한 막걸리 한 잔 
실실 웃으며 눈으로 마신다

목필균 1954년생, 용인 출생, 1997년 문학21 신인상, 한국시인협회 회원
(현) 시울림낭송회 회원, 108사찰 순례 시집 '근심 한 자락 두고 가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