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이철수
비움 없이 텅 비우고
몸을 휘어 바람에 맞서는 소리가
눈 내리는 설산에서 더 푸르다
폭풍에 거목들 뿌리째 뽑혀도
날 선 잎을 파르르 떨며
마디마디 두려움을 깨우는
유연한 몸부림
짙은 안갯속
강풍에 멈칫거리다가도
푸른 절개 곧게 뻗은 죽림 사이로
자비로운 햇살을 불러
밤새 기승을 부리던 바람
다소곳이 무릎 꿇게 하고
스르륵스르륵
제 몸에 드리운 해 그림자
댓잎으로 쓸어내듯
바람 잦은 세상사
상실의 소문들을 쓸어내고 있다.
이철수 1952년 군산출생, 문학공간을 통해 문단에 나옴, 시집 '섬 하나 걸어두자 '공저'자전거를 타고 온 봄' '봄 그리고 가을' '텃밭일기' 등, 경기도문학상, 수원문학인상 수상. 수원문인협회 사무국장, 시낭송 분과장 역임, 한국문인협회회원. 경기도문인협회 회원으로 창작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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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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