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꽃 밥상
                                    김왕노

담 밑에 가득 핀 수국 꽃을 보면
뒤주를 박박 긁어서라도 내게 고봉으로 차려주신
어머니 쌀밥이 생각난다.

수국 큰 꽃숭어리는 허기진 세월 
허기진 내 마음이 먹으라고 
어머니가 밤새 지어놓고 간 고봉의 쌀밥

어머니 평생 자식 밥만 차리다가 돌아가셨다.
쌀뒤주를 채우고 비우신다고 허리 굽어지셨다.

수국 꽃 바라본 날은 코끝에서 
수국 꽃향기 같은 어머니 향기가 휘날린다.
슬프지만 마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다.

사진 인송
사진 인송

 

 

 

 

 

 

 

 

 

 

 

 

 

김왕노 1958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 〈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슬픔도 진화한다』등이 있으며, 박인환문학상, 해양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수원문학대상, 한성기문학상, 풀꽃문학상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시상, 시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축구단 글발 단장, 한국 디카시 상임이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 현재《시와 경계》주간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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