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이 운을 떼다
신진호
바닷속 유영하는 비닐조각
입으로 가져가는 바다거북이
조마조마한 마음에 눈 못 떼는데
바다거북이 코에 꽂힌
빨대 제거 영상
시리다 못해 뻐근해지는 가슴
지금 내가 즐기는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
생기로 빛나는 초록 나무들
향긋하게 실려 오는 들풀 내음
세월지나
내 아이의 아이도
내 아이의 아이의 아이도
또 그 아이의 아이의 아이도
누릴 수 있을까
그 아이가
지구의 마지막 인류가 되지 않도록
바다거북이 나에게 소소한 주문을 건다
장바구니를 품고 다니라고
“1회용품은 사양합니다.”를
기꺼이 전하라고
신진호 1964년 충남 공주 출생,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졸업, ≪대한문학≫으로〈억새〉초회추천(2017. 가을호), 〈젓가락이 숟가락에게〉추천완료(2017. 겨울호), 시집: 《젓가락이 숟가락에게》, 대한문학작가회, 지송문학회 회원
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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