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없는 뼈  
                                                             서정임

먹물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붓을 씻어 내 말리다
붓대에 스며들어있는 검은 얼룩을 본다
씻어도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일평생 오점 하나 남기지 않으려 속을 텅텅 비우며
청정히 살아온 저 대나무도
밑동에 족제비 털을 꼬리로 다는 순간
전혀 다른 이름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인데
그 맑던 낯빛에 뒤집어쓰고 있는 오욕의 그림자들

낭창낭창 휘어지는 
뼈 없는 무 방향의 꼬리의 힘이란 저토록 무서운 것인가

나는 오늘 하루 내 안에 보이지 않게 달고 있는 꼬리 
제대로 간수했는지
혹여 나도 모르게 삐져나온 꼬리털 한 오라기 휘둘림에
누군가 생이 뒤바뀐 것 아닌지
뼈 없는 뼈를 가지런히 모아 세워보는 것인데
새삼 꼬리뼈 한 번 다시 만져보는 것인데

화가 김대원
화가 김대원

 

 

 

 

 

 

 

 

 

서정임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 중앙대 예술대학원, 2006년 [문학선] 등단, 시집 [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아몬드를 먹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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