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이정모

정월 초사흘 날 삼경

사묵사묵 눈뜨고 있는 새하얀 절집

이 적막을 누가 데려 갈꼬

 

잠 못 드는 저 손()

애 끓이지 마라

 

이제 곧 신새벽이면 까치 한 마리

고요를 헤집어 망개 열매 거두어가니

 

그뿐이랴,

잎 지는 소리 하나 없는 그런 밤이면

눈송이 하나하나 인기척이다

 

결코

내 생이 슬어놓은 상처마다 기척 내는

시 한 소절 못지않다

 

그러나 그립다

시가 밥 멕여주나

자식 밥걱정 하던 엄마의 일성

 

가만, 독거로 부려놓은 게 아니다

내 가슴에 적막 한 상 걸게 차린 것이다

 

가난에 치여 방구석에 쪼그라든 시를

이삿짐처럼 끌고 다니다가,

사진 신미용
사진 신미용

 

이정모 1950년 강원도 춘천출생,  2007년 심상 등단, 시집 '허공의 신발' 외 2권 상재, 한국문협,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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