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미 사과" 무대응 불구…개헌논쟁 재점화할듯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보좌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청와대가 자신의 개헌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삼은 것과 관련, "이미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며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간경기=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여권발 개헌 논란의 불씨가 청와대의 이례적인 정면 대응으로 되살아날 조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예고없이 기자실을 찾아 방중기간 이뤄진 김 대표의 '개헌 불가피론' 발언과 관련, 작심한듯 얘기를 풀어놨다.
 
이 관계자는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며 김 대표의 언행에 '의도성'이 담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 관련 연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 아니냐"며 청와대 내부의 불편한 기류를 사실상 여과없이 드러냈다. 5선 중진으로 언론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대표가 허투루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이 깔린 언급이다.
 
김 대표가 중국 출장 중인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헌론과 관련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한 지 닷새만이자, 귀국후 새누리당 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공개사과한 시점으로는 나흘만이다.
 
반응이 더디 나왔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입장은 내부적으로 상당한 조율을 거쳤을 것임을 암시한다. 특히 반응의 수위가 높다는 점은 청와대가 김 대표의 발언에 '격앙'돼 있으며,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청와대가 나서 여당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이날이 김 대표의 취임 100일이라는 사실에까지 생각을 확장하면, 청와대의 '역습'은 단순한 반응을 넘어 고도의 정치적 함의와 복선을 깔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당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개헌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지 불과 열흘만에 당 대표가 개헌을 공개 거론한 것은 결국 '역린'을 자초한 일인만큼, 청와대가 작정하고 문제삼은 것 아니냐는 독법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스스로 말했듯 '꼬리'를 내리면서까지 피하려고 했던 박 대통령과의 원치않는 갈등국면이 조성된 셈이다. 

김 대표는 일단 "박 대통령에게 이미 사과했다"며 더 이상 내놓을 입장이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농해수위 국감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떠한 경우도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며 청와대의 비판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주변 역시 "이미 본인의 의사와 달리 와전된 것이라고 충분히 해명하지 않았느냐"며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대응을 삼갔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측근들 사이에선 이 같은 갈등 구조에 조심스러운 우려가 나온다.  
 
현재는 개헌의 적기가 아니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정도의 메시지만 전달해도 충분한데 굳이 김 대표의 발언을 문제삼은 자체가 결국 김 대표에 대한 흔들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기국회 와중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당정청간 긴밀한 협조가 불가결한데 당대표를 겨냥하는 모습이 청와대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정기국회가 열려있는데 굳이 청와대에서 갈등 국면을 조장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이냐"면서 "김무성 체제에 대한 흔들기로 읽힐 여지도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측근은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이 김 대표 입장에서도 유쾌할 리가 있겠느냐"며 "모르긴 몰라도 속으로는 부글부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무대응으로 충돌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여당내 친박(친박근혜) 주류 측에서 추가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따라 개헌문제를 고리로 한 새누리당내 계파 갈등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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