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형

                                         박만진 


휘파람을 잘 불던 윗마을 하모니카 형이

어둠 속 휘파람이 아니라 뻐꾸기 소리로

우리 옆집 예쁜 누나를 몰래 불러내는 것을

밤송이 머리일 때에 숨죽이며 엿본 적 있다


오늘 어둑새벽 온석저수지 운동을 나서는데

뻐꾹뻐꾹 성황산 저 숲 속 뻐꾸기가  

누구를 불러내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늙어 가는 무렵에 그때처럼 가슴 설렌다

사진작가 조성근
사진작가 조성근

 

 

 

 

 

 

 

 

 

 

 

박만진 1987년 '심상' 1월호 신인상 등단. 시집 '접목을 생각하며' '오이가 예쁘다' '붉은 삼각형' '바닷물고기 나라' 등 9권. 시선집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꿈꾸는 날개' 등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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