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독
이경
눈 뜬 감자에는 푸른 독이 있다
이미 하늘을 보아버렸으니
아무도 먹을 수 없는 몸 되었으니
거름 받아 잘 썩은 흙을 다오
핏줄 속의 어둠을 길들여
하얗게 꽃피울 하늘을 다오
무딘 칼로 눈을 도려낸 감자의 흰 피
흙으로 덮어주어야 꽃이 피겠다
이경 1953년 산청 출생, 93년 '시와 시학' 등단, 경희대교수, 시와 시학 편집장 역임, 시집 '소와 뻐꾹새소리와 엄지발가락' '오늘이라는 시간의 꽃 한송이'에 이르도록 4권의 시집을 냄. 유심작품상 시와 시학상을 수상.
일간경기
ilgang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