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우체국
                                     

                                               서영택

그때는 우편환이라는 게 있었다

서투른 글씨지만 마르지 않은 집안 소식이 실려있고
주름진 부모님의 얼굴이 들어있다
자식들이 차례차례 떠나면서 살림도 기둥도 흔들렸을 것이다

돈을 마련해서 보내고 우체국을 나서며 바라본 하늘에는 
또 다음 달을 걱정하는 구름의 표정이 보였을 것이다

편지봉투에 덕지덕지 붙은 얼룩진 고향의 흔적을 만져본다
그 안에는 고향의 흙냄새와 낡은 싸리문 소리와 
마을 어귀 회화나무의 그늘이 도착하는 날이다

가을 들녘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한

가득 실려 온다
간혹 우물 옆에 떨어진 낙엽이 묻어있기도 하고 
누렁아~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하숙비를 내고 빌린 돈도 갚으면 얼마 남지 않았다
친구들은 장난으로 향토장학금 왔다고 한턱내라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철이 좀 들었다면

아쉬움과 깨우침이 빗방울이 되어 흩어진다
소 잔등을 쓰다듬던 아버지의 거친 숨결이 흘러내린다

어둠을 열고 어머니의 다정한 발걸음이 들리는 듯하다
늦은 가을비가 종일 가슴에 내리고 있다

 

 

 

 

 

 

서영택 1953년 경남 마산출생, 2011년 시산맥 으로 등단, 시집『현동 381번지』,『돌 속의 울음』
2020년 문학 나늄 도서선정, 전)호서대 벤처경영학과 초빙교수, 전) 윤동주문학상 해외작가상 제전위원장, 전) 한국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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