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흥醉興


                                    권갑하

 

그림자에 잔 권하던 도연명을 떠올리면
독작의 애먼 적막도 어지간히 취기가 돌아
빈 술잔 한 번 더 비워 흥에 빠져든다네

맛은 어디서 일며 향은 뉘의 슬픔인가
내려놓을 수 없는 하늘 머리에 하나씩 이고
신명도 술과 같으니 잔 들어 흥 돋우네

신명에 마음 흐르고 생각은 흥에 젖고
쓸다 만 그림자인가 슬그머니 다가앉아
술 떠난 시의 자락을 자꾸 잡아당기네

농부화가 김순복 作.
농부화가 김순복 作.

 

 

 

 

 

 

 

권갑하 시인. 수필가. 문화콘텐츠학 박사. '조선일보'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겨울 발해' 등 6권. 평론집 '현대시조와 모더니즘' 등 2권. 수필집 '하얀 인연' 출간. 중앙시조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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