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전오

푸른 바람소리
엉킨 실타래 같은 숲 
한동안 사람의 향기 냉엄한 신의 영역이다

험하다는 건
제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살았다는 것일까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묵직한 디딤돌을 딛고
산이 버텨온 시간에 선다. 

정상이 가까운 걸까
수령을 알 수 없는 나목 사이로 길이 가파라진다
향기 다른 바람들도 교차한다.  

산 끝 정상에 서니
천공은 숨죽이며 천지를 품는다
세상은 욕망으로 앓아 대는데
산정은 침묵에 머문다

흐름에 거역하지 않은 하늘의 이치를
묵묵히 순종하는 자연
겸허한 심령으로
귀 기울여 낮아짐과 비움을 배운다.

                        농부화가 김순복 作.
                        농부화가 김순복 作.

 

 

 

 

 

 

 

 

 

 

 

 

 

전오 1950년 구례출생, ‘문학과 세상’을 통해 문단에 나옴. ‘문학과 비전’ 수필신인상, 경기일보, 중부일보 칼럼니스트, 수필집 ‘아름다운 동행’ ‘별초롱 꿈초롱’ 수원고현초등학교장 봉직, 현재 경기여류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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