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폭로 시위에 고시 제정 후 하루 5건 과태료 폭탄
1인 목탁 시위도 제재..공무 차량으로 시위현장 차단도

구리시가 시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을 저버린 채 시민에게 보복 행정을 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구리시가 시장의 실정을 비판하는 시민에게 하루 5건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1인 시위현장을 공무차량으로 가로 막는 등 시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을 저버려 보복행정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진은 1인 폭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박일등씨. (사진=이형실 기자)
구리시가 시장의 실정을 비판하는 시민에게 하루 5건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1인 시위현장을 공무차량으로 가로 막는 등 시민을 섬기겠다던 약속을 저버려 보복행정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사진은 1인 폭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박일등씨. (사진=이형실 기자)

더욱이 시는 이 시민을 옥죄기 위해 공휴일에도 관계부서 공무원들이 비상 근무에 투입되는 등 삶을 영유할 수 있는 휴식마저 박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초부터 한 시민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부적절한 집단 술판, 대량의 락스 구매 의혹, 측근 채용 비리 건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차량에 붙이고 시 전역을 운행하면서 확성기를 통해 구리시장의 실정을 알리는 방송을 했다. 일종의 퍼포먼스 였던 것.

이러한 시민의 행위가 지속되자 시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 전역을 24시간 ‘이동소음 규제지역’으로 고시했다. 구리시 고시 제2020-117호인 이 고시엔 △이동하며 영업이나 홍보를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확성기 △행락객이 사용하는 음향기계 및 기구 △환경부장관이 지정 고시하는 기구 및 기계를 24시간 내내 시 전역에서 사용하면 1차 행정계고를 거쳐 2차 200만원이하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본보 10월20일 '구리 소음고시 놓고 갑론을박' 보도)

시는 이 고시를 공표한 이유에 대해 ‘이동소음차량 단속요구 민원에 의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이를 반증하는 문서를 입수했다. 이 자료엔 한 시민의 행위에 대해 안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따라서 이 고시를 만든 것은 시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주위의 방점이다. 그렇다고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다 고시를 만들 수 없지 않은가.

안승남 시장은 고시 후 20일이 지난 지난  10월5일, ‘코로나19 일일상황보고회’를 통해 불편함을 내비쳤다.(시장의 지시사항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싣는다) ‘○ 불법소음차량 조치여부 확인 ◾관내 스피커가 달린 차량으로 시끄럽게 소음을 발생하는 차가 있는데 지난번에 불법여부를 확인하여 조치하도록 지시하였는데 제대로 조치가 되었는지, 업무를 제대로 하였는지 확인 바람.’이라고 감사담당관, 자동차관리과, 환경과에 지시했다.

이러한 지시가 내려지자 시 관계부서는 휴일도 반납하고 비상근무조를 편성한 후 시가 불법 차량으로 간주한 차량에 대해 집중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심지어 과장인 사무관도 단속 업무에 투입됐다. 한글날 국경일이었던 지난달 9일, 시 관계부서는 이 차량을 대상으로 소음진동법 제24조에 의거 12시40분 ‘토평교’에서 10만원짜리 첫 번째 과태료 확인서(발급번호00295)를 끊었다.

이어 오후 1시20분 ‘갈매동’에서 두 번째(발급번호000296), 오후 1시50분 ‘인창동’에서 세 번째(발급번호000297), 오후 3시 ‘장자대로’에서 네 번째(발급번호000298), 오후 3시20분 ‘보륜부페’에서 다섯 번째(발급번호000299)로 이날 단속 업무는 끝을 맺었다. 2시간40분 동안 무려 5장을 끊었다. 한마디로 시는 쫓아다니면서 융단폭격을 했고 시민은 쫓기면서 보복 행정을 당한 셈이다. 이틀 후 일요일인 11일에도 이 시민은 한 장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으며 몇 건의 주정차위반에도 단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 시민의 행위에 가혹할 정도로 규제를 한 것과는 달리 안승남 시장은 지난 10월20일, 갈매동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때 사용한 마이크와 엠프가 바로 안 시장이 고시한 ‘행락객이 사용하는 음향기계 및 기구’로 규제 대상이다. 시장은 자기가 만든 고시를 스스로 어긴 것이다. (본보 11월1일자 “안승남 구리시장 ‘내로남불’ 논란” 보도)

당시 시 관계자는 이동소음단속차량을 단속해 달라는 요청에 따라 고시를 제정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는 단속과 처벌을 하기 위한 바로 전 단계로 고시를 만들었다. 행정 남용으로 비쳐질 수 있다. 자칫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될 소지가 충분하다. 이러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시는 통상적으로 기자실 앞에서 이뤄졌던 기자회견을 차단키 위해 지난 2019년 4월17일 ‘구리시청사 시설물 관리운영 지침’을 만든 후 같은 해 12월28일, 기자회견을 한 시민 6명과 이를 취재하던 기자 3명 등 9명을 지침에 의거 주거침입죄로 고발했다. 3일 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한 시의원 2명도 고발했다. 시민과 기자 등 9명은 지난 10월23일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애초부터 무리한 고발이고 행정이었다.

확성기가 고시에 저촉되자 목탁으로 전파방식을 바꾼 이 시민은 9일 아침에도 시청 앞에서 1인 폭로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자 경찰 2명의 제재를 받았고 공무에 사용하는 차량으로 시위현장을 가로막는 등 한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시민은 “시장의 실정은 이미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을 누군가 알려야 되지 않는가. 그것이 나다. 이를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책무이고 정의를 위하는 일”이라며 “이러한 행동을 시민들의 알권리와 나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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