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충은 깔다구류로 밝혀져… 활성탄여과지서 발생 가능성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진 인천 서구 일대에서 이번에는 수돗물에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돼 인천시가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7월14일 인천 서구 지역 맘카페 등에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은 서구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샤워기 필터 속 유충 모습. (사진=연합뉴스)
7월14일 인천 서구 지역 맘카페 등에 수도꼭지에 설치된 필터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게시글과 함께 동영상과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은 서구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샤워기 필터 속 유충 모습. (사진=연합뉴스)

7월13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서부수도사업소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동안 인천시 서구 일대에서 "수돗물에 유충이 보인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난 9일 서구 왕길동에서 이 같은 신고가 처음 접수된 뒤 10일과 11일에는 서구 당하동에서도 2건의 유사한 민원이 제기됐다.

이후 이날 오전에만 원당동 등지에서 유충 관련 신고가 7건이나 추가로 서부수도사업소에 접수됐으며, 하루가 지난 14일에는 총 23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서부수도사업소가 민원이 접수된 곳을 현장 조사한 결과 일부에서는 수돗물 속에서 살아있는 유충이 발견됐다.

인천시 서구는 지난해 5월 붉은 수돗물이 처음 발생해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당시 붉은 수돗물은 수계 전환 과정에서 기존 관로의 수압을 무리하게 높이다가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하면서 각 가정에 흘러들었다.

서구 공촌정수장의 관할 급수구역에 포함된 26만1000세대, 63만5000명이 붉은 수돗물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자 인천시는 14일 관계기관과의 회의를 긴급 개최해 현재까지 조치된 사항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민원 접수 즉시 현장 점검반을 구성하고 현장을 점검했다.

현재 유충이 발생한 지역의 계량기 전 직수관을 24시간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수돗물 공급과정 전반에 걸쳐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시와 관계기관은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의뢰해 활성탄 여과지에서 발견된 유충과 가정에서 발견된 유충의 DNA일치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수자원 공사와 함께 배수지 내시경 조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 위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는 재발방지를 위해 활성탄 여과지를 활용한 고도정수처리공정을 표준공정으로 전환해 활성탄 여과지 사용을 중단하는 한편, 여과지 세척 주기를 72시간에서 48시간으로 단축하고 중염소를 추가 투입하는 등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또한 유충 발생 지역의 수돗물 방류작업을 실시해 기존 수돗물을 교체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 김왕규 박사는 "국내에 알려진 깔따구류가 유해하다고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는 안전을 위해 왕길동·당하동·원당동·마전동 등 약 3만6000세대에 대해 직접 음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시는 주민들에게 미추홀참물은 물론 수자원공사를 통해 식용수를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에 대해서는 안전성이 명확하게 확인될 때까지 생수 등을 사용해 급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박남춘 시장은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신속하게 원인을 밝히고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드릴 것을 당부하고 “시민 여러분께서는 유충이 발생되는 경우 신속하게 신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등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시 교육청은 이날 아침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해당 학교에 대해 즉시 급식을 중단하고 대체 급식 등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도성훈 교육감은 회의에서 인천시·서부교육지원청·서구청·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정확한 상황 파악과 추가적인 대응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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