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세균 비대위원, 문 위원장, 우윤근 새 원내대표, 박지원 비대위원. (일간경기=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희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재편된 지 한 달도 안돼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18일 비대위원장 취임 후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로 촉발된 계파 갈등을 제압하고, 세월호특별법에 가로막혔던 국회를 정상화하는 등 구원투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팽배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던 내분이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든 게 최대 성과로 꼽을만하다.

계파 보스들을 모두 비대위에 불러모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뒤에서 지도부를 흔들지 못하게 한다는 역발상으로 갈등을 치유에 일정부분 성공한 것이다.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추상같은 군기잡기로 당내 잡음을 줄이고, 땅에 떨어졌던 지도부의 권위를 세운 점 또한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가 당내에 많다.
 
'포청천(중국 송나라 시절의 강직하고 청렴한 판관)'이라는 자신의 별명을 십분 활용해 비공개 석상과 사석에서 여러 차례 '개작두로 칠 것'이라는 엄포를 놓은 것이 계파 이기주의의 분출을 억누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홍의 표면적 원인이었던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장외투쟁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것 역시 문희상호에 돛을 달아준 측면이 있다.
 
여야 원내대표 간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만나 막후에서 협상 돌파구를 열고 유가족들의 완전한 동의를 받지 못했음에도 협상 결과를 당내에 납득시킴으로써 정기국회 등원 문제를 해결, 대내외에서 당 장악력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어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사퇴, 후임 원내대표 경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구성까지 당내 민감한 현안을 비교적 잡음없이 정리해 당을 일단 안정궤도에 올려놨다. 
 
특히 비대위 배제와 원내대표 경선 패배로 인한 '중도 소외론'이 또다른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가운데 조강특위에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 측 인사들을 전격 투입하는 등 계파안배에 신경을 쓰는 노회함을 보였다.
 
문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순항을 기반으로 내년 초 전당대회 준비와 당 혁신 작업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각오지만, 첫 1개월만큼 남은 기간이 순탄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차기 당권과 총선 공천권을 향한 계파 전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드러난 '범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의 대결구도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단 비노 측 불만을 조강특위 안배로 봉합한 형국이지만, 지역위원장 선정 작업과 전당대회 룰 결정 과정에서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친노 세력이 모바일 투표 도입 등 민감한 문제를 다시 꺼내들 경우 비노 진영이 '당권만은 뺏길 수 없다'며 세 결집에 나서 정면충돌할 염려도 나온다.
 
중도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12일 "일부 친노 인사들 사이에서는 '비노가 당을 다 나가도 좋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다"면서 "조강특위뿐 아니라 향후 당직 인선 등에서 균형을 잃으면 당이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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