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인구정책 패러다임' 바꿔서 '화제'

대한민국이 초(超) 저출산율(0.98)로 쇼크상태다. ‘출산율 0명대’는 1990년 독일 통일, 1992년 옛 소련 해체 등 체제가 급변할 때나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출산율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국내·외 전망에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우리 사회 근간을 흔들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 복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쯤 되면 재앙의 수준이다.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만 6세미만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100%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사진=성남시>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만 6세미만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100%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사진=성남시>

◇ 인구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성남’에서 답을 찾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12년간 126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결과는 초라하다.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68명)은커녕 초(超) 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친다. "출산 장려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여 저출산 늪에서 벗어나겠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언제 개선될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 아동부터 청소년까지‥포용적 복지 전도사 성남시

“모든 아이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장애·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된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난 5월 ‘아동친화도시 조성 선포식’에서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조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 임신부터 산전·산후 신생아까지‥아동 복지 3종 세트

성남시의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향한 복지정책은 예비부부부터 시작된다.

예비·신혼부부임을 증명하는 청첩장·혼인관계증명서 등을 보건소에 제출하면 성남시는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지원한다. B형간염을 비롯한 31종의 질병에 대한 건강검진이 예비부부에게 제공된다.

임신부가 되면, 본격적으로 아이 낳기 위한 체계적인 임신부 건강관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주기별로 엽산제·철분제 지급, 당뇨 및 혈액검사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며, 산후에는 유축기 대여 및 신생아 예방접종도 지원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최대 17회, 회당 40~50만원을 지원받는 난임 시술비 지원을 비롯, 본인부담금 중 60만원 이상 초과분에 대한 임신 출산 진료비 지원 △건강관리사 파견 서비스 비용을 지원하는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19종 중증 임신질환에 대한 고위험 임신 출산 의료비 지원 등 세심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산모의 임신 기간동안 아기 맞이 출산준비 교실과 '임산부의 날'을 운영해 출산 호흡법·태교·모유수유에 관한 교육을 실시함은 물론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오감발달 놀이교실'도 운영한다.

영유아 지원은 소득 기준액에 차등을 둔 기준 아래 신생아 난청검사 및 보청기를 지원하고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에 대해서는 영유아 발달장애 정밀 검사비를 지원한다.

셋째 자녀 이상은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매월 10만원의 ‘다자녀 아동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성남 다자녀 사랑 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해 질병·상해·암 등의 보험을 보장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출산장려금 정책을 확대해 출생순위와 관계없이 첫째아이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지원금도 인상하는 등 출산장려금 정책을 확대했다.

성남시에 180일 이전부터 주민등록을 둔 부모의 아이는 첫째 30만원·둘째 50만원·셋째 100만원·넷째 200만원·다섯째 30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성남시는 2018년 유치원, 초&middot;중학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던 급식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했다. 은수미 성남시장과 아이들이 함께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는 모습. &lt;사진=성남시&gt;
성남시는 2018년 유치원, 초·중학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던 급식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했다. 은수미 성남시장과 아이들이 함께 기념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는 모습. <사진=성남시>

◇ 연이은 ‘전국 최초’ 타이틀‥아동복지 3종 세트

아동수당은 본래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2018년 아동수당 전면 지급'에 대해 국회가 반대하면서 소득 하위 90%가구에만 지급됐다.

하지만 성남시는 전국 최초로 만 6세미만 자녀를 둔 모든 가정에 100% 아동수당을 지급했다. 상위 10%를 제외하기 위해 선별작업에 따르는 행정 낭비를 방지하고, 아이 키우는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득과 재산에 상관없이 보편적 복지를 실천하겠다는 은수미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성남시의 이런 결정이 마중물이 되어 결국 올 들어 아동수당 100% 지급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성남시는 특히 지역화폐로 아동수당을 지급해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연결시켰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타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지역화폐 사용에 따른 불편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적용해 월 12만원(타지역 10만원)을 지급하고 상품권도 전국 최초로 지류·카드·모바일형식의 3종으로 다양화했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대폭 늘려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힘쓰는 한편 지급연령도 만 7세 미만아동으로 확대했다. 시행한지 1년이 되는 9월 시민 만족도 조사결과 86.2%가 만족을 표시했을 만큼 성공적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 '은수미표 복지’의 핵심은 아동과 청소년

아동수당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동시에, 은수미 시장은 ‘아이 키우기 좋은 성남’을 만드는 방안 중 하나로 ‘초등 돌봄 대기자 없는 성남’을 공약 중에 하나로 내걸고 다함께 돌봄센터를 확충하는데 힘쓰고 있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워킹맘이 ‘일이냐 가정이냐’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시기는 손이 더 많이 갈 것 같은 영유아 시기보다 오히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라며 “자녀가 학령기에 들어서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도 평균 1.5시간이 짧아 급격한 돌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성남시는 이 같은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월 10만원 이내의 비용으로 만 6~12세의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함께 돌봄센터’를 공공시설(동 행정복지센터·복지관·도서관)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등 접근성이 높고 개방된 시설의 유휴공간에 설치하고 있다.

학기 중에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운영 프로그램도 일상생활 교육, 학부모 상담과 같은 지원프로그램과 더불어 독서지도·놀이 활동·외국어와 예체능 등 다양한 체험형 학습프로그램으로 내실을 기하고 있다.

지난 5월 중원구에 개소한 다함께 돌봄센터 1호점을 시작으로 9월 2일 위례 창곡동에 2호점이 개소됐고 오는 2022년까지 시립지역아동센터 7개소, 마을별 다함께 돌봄 32개소 등 총 39개소의 시설을 신규로 추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7월에는 성남시 아동복지 정책 중 또 하나의 ‘전국 최초’ 타이틀이 생겼다. 바로 ‘아동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이다.

성남시에 2년 이상 거주한 만 12세 이하 아동의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가 1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부분은 시에서 지원하는 제도이다. 의료비 부담으로 아동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아동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는 조건을 따지지 않고 아동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우선적 권리로서 보호하겠다는 성남시 보편적 복지정책의 취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공백 없는 지속적 지원책‥고등학교 무상급식·치과주치의 확대

이밖에도 성남시는 2018년 유치원, 초·중학교까지 무상으로 지원하던 급식비를 고등학교까지 확대해 36개 고등학교 2만6499명이 혜택을 봤다. 거주지와 상관없이 성남시 소재 고등학교를 다니는 모든 학생에 1인당 하루 3100원씩 학교 급식비로 지원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3170원으로 증액됐다. 성남시 무상급식 지원 사업은 2007년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작돼 2013년엔 의무교육대상자 전원, 2018년에는 고등학생까지 확대됐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경기도 내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이 실시돼 1인당 하루 평균 4817원의 급식비를 지원받게 된다.

이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해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 정책이 됐다.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도 올해는 5학년까지 확대됐다. 기존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성남시 협력 치과를 방문하면 구강위생 검사·불소바니쉬 도포 등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강보건 교육을 지원해 주는 초등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은 성남시내 초등학교 72개교, 4·5학년 학생 1만5500여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강당과 놀이치료·상담실·맘 카페 등을 갖춰 영유아 보육을 지원하는 육아종합 지원센터를 건립하고, 기존의 민간 어린이집에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해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게 하는 등 보육 인프라 확대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성남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