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군락과 바다 사이에서 승봉도의 매력을 발견하다

소나무 군락과 바다 사이에서 승봉도의 매력을 발견했다. 승봉도(昇鳳島)는 이작도와 덕적도, 자월도에 비해 크기도 유명세도 적지만 매력적인 섬이다. 쾌속선을 타고 1시간 20분, 차도선을 타고 2시간이면 도착한다.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는 쾌속선을 타면 10시 즈음 섬에 닿게 된다. 섬의 왼쪽 끝에 위치한 선착장은 크기가 작다. 대합실은 시골 시외버스터미널처럼 1층 건물 하나만 덜렁 있다. 승봉도에 내린 여행객들은 10명에서 20명 내외로 그리 많지 않다. 조용히 섬 여행을 즐기기에 승봉도만한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승봉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해주는 입구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러 가는 사람들
승봉도의 작은 선착장에 배가 한 척 정박해있다.

승봉도는 섬을 한바퀴 둘러볼 수 있는 해안길 트레킹 코스와 낚시로 유명하다. 그 덕에 섬을 찾는 이들 중에는 오로지 낚시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 많다. 선착장에 대기하고 있던 차들이 낚시꾼을 태우고 먼저 떠났다. 민박이나 펜션 예약 손님을 태우러 경운기가 오기도 한단다. 재미난 이야기다. 그만큼 섬이 번화하지 않고 또 소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승봉도는  선착장에서 마을길을 따라 올라간 뒤 해안로를 걸어서 다시 선착장까지 3시간이면 충분하다. 트레킹 코스의 경사가 높거나 험하지 않다보니 등산이라기보다는 가벼운 도보여행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특별히 시작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물때를 맞춰야 볼 수 있는 남대문바위와 목섬 등의 간조 시간을 고려한다면 일단은 북쪽을 먼저 향하는 것이 좋다.

선착장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작은 섬마을. 집마다 가꾼 텃밭에는 허리가 굽은 노인이 시금치나물을 캐고 있다. 낯선 여행객에게 반갑게 전하는 인사가 정겹다. 표지판이나 지도를 보지 않아도 물어물어 남대문해변까지 걸어갈 수 있다. 북쪽으로 가다보면 갯벌이 드러난 넓은 해변이 나온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붉은 소쿠리에 호미를 들고 바지락을 캐고 있다.

여기서 볼만한 것은 두 가지다. 부채모양을 닮은 멋드러진 ‘부채바위’와 우측에 계단을 따라 절벽을 넘어가면 볼 수 있는 ‘남대문바위’다. 특히 남대문바위는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가면 기암괴석 중앙이 둥글게 뻥 뚫린 형태를 만날 수 있다. 중앙의 커다란 구멍 너머로 수평선이 보인다. 워낙 희귀한 모형이기에 승봉도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다. 바다를 등지고 서서 보면 코끼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대문바위로 가는 길.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북으로 걸으면 도착한다.
간조 때에 볼 수 있는 남대문바위. 구멍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이 인상적이다.
해안가에 조성된 나무 데크를 따라 걸어가면 촛대바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해안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자 ‘촛대바위’라 불리는 기둥 형태의 바위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는 높은 언덕 위에 정자가 하나 있다. 그곳을 목표로 천천히 걸어가면 우측으로 키가 큰 소나무 숲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숲으로 들어가는 산책로는 수북하게 쌓인 솔잎 덕택에 바닥이 푹신하다. 해안길은 대부분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갈림길이 나올 때는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걸어가면 된다.

촛대바위는 해안가에 데크가 놓여 있어서 가까이에 가서 볼 수 있다. 만조 때 보면 바다 위에 촛대처럼 불쑥 튀어나온 바위가 멋스럽다고 하지만 뭍에 나와 있는 모양도 기묘하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면 촛대바위를 마주 보는 언덕에 ‘신황정’ 전망대가 있다. 오르는 길이 조금 가파르지만 언덕 위에서 볼 수 있는 섬의 풍경은 더없이 시원하다.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오르는 동안 흐른 땀을 금세 식혀준다.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자 낚시꾼을 태운 배가 갈매기를 거동한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올라온 길 쪽으로 돌아보면 섬의 크고 낮은 봉우리와 해변의 전망이 특히나 아름답다. 신황정을 지나서는 승봉도와 이어진 목섬과 해수욕장을 지나 해안길이 계속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이일레 해수욕장까지 키 큰 소나무 숲이 좌우로 넓게 뻗어 있다.

삼림욕을 하고 싶다면 산쪽으로 향하는 산책로 방향으로 길을 틀면 된다. 울창하게 자란 소나무 덕택에 바다 풍경은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들리는 파도 소리에 근처에 바다가 있음을 알게 된다. 소나무 사이로 언뜻 보이는 바다에는 반짝이는 햇빛 조각이 눈부시다. 그렇게 계속 걷다 보면 승봉도에서 가장 큰 해변, 이일레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신황정 오르는 길에 돌아본 승봉도의 모습.
목섬과 승봉도가 이어져 있다.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 섬이다.
이일레 해수욕장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

여기에 대부분의 펜션과 민박, 식당이 모여 있다. 이곳은 갯벌 대신 넓고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해변이다. 햇빛에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에는 갈매기 한 마리가 사뿐히 걷고 있다. 부드럽게 밀려오는 파도와 경사가 낮은 모래사장이 해수욕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이일레 해수욕장까지 왔다면 선착장은 금방이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 시간까지 여유가 있다면 여기서 해물파전과 바지락 칼국수로 가볍게 점심을 즐기며 지친 걸음을 쉬기에 좋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는 차도선은 3시 50분, 쾌속선은 4시 40분에 있다. 물론 시간은 선박마다, 날씨마다 달라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배는 10분 전까지 탑승해야 하기에 미리 선착장에 가 있는 것이 좋다. 

승봉도는 상업적인 곳이라는 느낌보다는 한적한 시골을 방문한 듯 마음이 따듯해지는 섬이다. 작고 소소한 섬이지만 복잡한 일상에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주기에는 제격이다. 다만 최근 주말에는 민박과 펜션에 빈 방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행객이 방문한다고 한다. 한적하게 섬을 여행하고 싶다면 평일이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미리 승봉도행 승선권과 숙박을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사람들. 조그만 파면 엄지손톱만 한 바지락이 나온다.
이일레 해수욕장 가는 길에 만난 소나무 숲길. 빛 내림이 아름답다.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조용하고 여유로운 마을 풍경.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