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사태 여파... 지역 상권 죽어가

인천 서북부 지역에서 20일 넘게 수돗물 적수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구지역에 있는 음식점·카페·빵집·대형마트 등 지역상권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인천 서북부 지역에서 20일 넘게 수돗물 적수사태가 이어지면서 주민들과 상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 시계방향으로 서구당하동행정복지센터 수돗물 관련 알림문, 수돗물 필터기를 구입하는 주민, 서구의 한 대형마트 동나버린 생수코너, 서구 당하동 빵집 입구의 안내문 <사진=홍성은 기자>

취재진은 19일 가장 피해가 심하다고 전해진 서구 당하동 지역 아파트와 주변상권 중심으로 형성된 음식점, 카페 등을 방문해 가게 주인들과 거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서구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46·여)는 “이번 같이 장사가 안되기는 처음인거 같다”라며 “매장 입구에 생수로 조리를 한다는 알림글을 게재해도 소용없다, 서구지역에 사는 주민들 조차도 서구지역에서는 외식을 하지 않는 것이 기정사실이다”고 혀를 찼다.

실제로 대부분 음식점들은 전년도 대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카페 · 빵집 · 떡집 등 물을 이용해 조리를 하는 업소는 피해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하동의 빵집과 카페들 대부분은 “저희 업소는 생수를 이용한다”라는 알림글이 붙어있다.

전국에 체인점을 둔 유명베이커리 매장은 '빵반죽을 타 지역에서 공수한다'는 알림글을 입구에 걸었다.

빵집 주인인 B씨(43)는 “우리 매장은 반죽을 성남과 평택에서 가져온다, 원래 하루 평균 300명 정도 손님들이 찾는데 요즘은 30%정도 손님이 줄었다”라며 “최근 적수사태가 진정되고 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붉은 수돗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지자체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서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는 매일 4~5번 생수보급차량을 통해 하루 평균 70t을 보급 받는다. 주말의 경우는 140~150t을 보급 받는다.

마트 관계자는 “마트 안에도 생수를 이용하는 음식점들이 있어 고객들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생수보급차량을 이용한다. 지금까지 수천만원의 회사 돈이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최근까지 수돗물을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적수가 나온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서구 당하동에 위치한 ‘P’아파트는 정수기 설치차량과 식수를 배달하는 차량들로 진풍경이 연출됐다.

‘P’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식수를 시켜먹거나 정수기를 직접 설치하는 세대가 늘었다. 최근 수도사업소를 통해 생수가 지원되지만 700여 세대가 이용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양”이라며 “한번은 너무 적은 양의 생수를 보급 받은 주민이 화가나 생수통을 집어 던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행정복지센터에서는 단독주택, 다가구 주택 등에 한해 생수를 지급하고 있고, 아파트와 같이 많은 세대들이 사는 곳은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직접 생수를 보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생수에 대해선 “수시로 체크하고 있으며 청주, 양평, 서울 영등포 등 타 지역에서 생수를 보내오고 있어 부족분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보상문제에 대해선 “지금 현재로서는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추후 결정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서부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처음에는 주민 분들이 수질검사를 주로 요청했지만 최근에는 수질검사보다는 보상문제에 대한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8일 환경부는 오전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무리한 수계전환이 적수 사태의 원인이며 인천시의 안일한 사전 대비와 초동대처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시는 이번 달 말까지 수질 회복을 약속했으며 수돗물 방류와 정수·배수장 정화에 나선 상태다.

현재 서구·영종·강화 지역 1만여 가구가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 지역 학교와 유치원 등 151곳에 피해가 접수돼 생수와 급수차로 급식을 조리하거나 대체급식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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